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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19. 2019

수술 후기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수술은 시작시간과 들어가는 순서만 있을 뿐, 수술실 간다고 내려가기 전까지 알 수가 없었다. 앞 수술이 언제 끝나는지에 따라 유동적인데, ‘대략 11시 정도 예정’에서 11시만 기억한 지인들의 끊임없는 연락에 답해주다가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지금에야 하는 생각이지만, 내 수술이 늦어지면 내가 늦게 들어가는 걸 걱정할게 아니라 내 앞에서 수술이 늘어지는 그 환자를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나는 1시간 40분 정도 늦게 수술방에 들어갔다. 임파 생검술을 같이해서 유두 주변에 방사능 주사를 맞고 수술 대기실로 이동했다.

거 진짜 거업나 아프더라는...
불과 10여분 전까지만 해도 “왜들 난리야!”라며 태연했던 나는, 수술실 있는 층에 들어서자 나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임파 생검술은 상피내암에도 수술장에서 필수로 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옆자리 환자를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가 보다. 그분은 생검술을 하지 않은 0기 환자였는데, 수술 결과 1기랬나 2기랬나. 하긴 나도 열어보기 전까진 0기인 줄 알았으니까.

정말, 열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다.

“잘하고 와.”라고 했던가. 유리문 닫힐 때 신랑이 뭐라 뭐라 했는데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데 수술 대기실 간호사가 다가와 다정히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
“계속 울면 혈압 올라서 마취할 때 고생해요.”
이 말에 눈물 뚝.

역시나 또 대기실에서 젊은 아줌마가 어쩌다 왔느냐는 말을 듣고, 그러고도 한참을 기다려 수술실로 이동했다. 누워서 들어가면 눈 위로 형광등이 착착 넘어가는데 그 분위기가 참으로 무서웠다는 어떤 이의 후기가 생각나서, 똑바로 앉아서 들어갔다.
수술실은 머리부터 들어가야 한다기에 거꾸로 들어가며 안녕하시냐고 개미 눈알만 한 목소리로 인사도 했다.
크고 차갑고 초록 초록한 수술실.
분명 누구누구가 있고 마취과 의사가 누구인지보고 들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보니 사람들이 누워있는 크고 밝은 방이었다.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리며 아파요 물 줘요 안녕하세요 등등 떠들었던 것 같고, 다시 깨보니 같은 방에서 젖은 거즈 뭉치를 입에 물고 있었고, 또다시 깨보니 병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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