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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28. 2019

나 좀 도와줘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안 죽고 살아있나 종종 연락 좀 해줘.
회 김치 육회 같은 날음식 말고는 뭐라도 먹어야 하니까, 맛있는 거 먹으러 갈 때 나도 좀 불러줘.
뭐 재미있는 일 있으면 나도 좀 데리고 가.
혹시 국이나 반찬을 너무 많이 했으면 우리 집에 좀 나눠 줘.
내가 나중에 다 갚을게.
나 좀 도와줘.

나 아프다고.
나 곧 항암 해야 한다고.
독박 항암이라 도움받을 곳이 없다고.
잊지 말고 나 좀 챙겨달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며 다니고 있다.
매번 어떻게 발견을 했는지부터 왜 항암을 그렇게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까지 다 설명하는 게 미치게 싫지만 방법이 없다.
나는 도움받을 곳이 없으니까.

약속은 최대한 항암 시작 이후로 잡아야 한다.
사람들은 항암 전에 만나려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의지를 들여 그렇게 잡아야만 한다.
하루아침에 뚝딱 끝나는 치료 아니니까.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가장 잘 알아 듣더라는게 함정 같다.
이러나저러나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내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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