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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Apr 03. 2019

엄마 배 주사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36개월 언니의 등원을 준비하는 아침.
“아가야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김장할 거래.”
“엄마는?”
“엄마는 오늘 꽃 배우고, 병원에 가서 주사 좀 맞고 아가 데리러 갈게.”
“응. 엄마 배 아파? 아니야 빨리 나아.”

가슴이라는 말을 아직 모르는지 엄마는 여전히 배가 아픈 사람이다.
첫 항암주사를 맞은 지 일주일이 되었다.
아직도 입이 까끌까끌하고 쓰다.

그동안 나를 먹여 살린 건 누룽지라던가 누룽지라던가 누룽지라던가 누룽지라던가 누룽지인데, 그렇게 연명하는 사이에 4kg 가까이 체중이 줄었다.
늘어나는 건 잔머리 밖에 없다.
어떡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병원에서 정 힘들면 수액 맞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거라도 맞으러 갈까.
다음엔 그냥 눈 딱 감고 요양병원으로 들어갈까.
매일 뜨는 쑥뜸은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나는 왜 이 겨울에 아파서 이 고생인가.
아 추워.

이 겨울에 배가 아픈 엄마는 대체 언제 빨리 나아 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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