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지 Apr 30. 2019

AC2차 항암 기록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잊기 전에 적어놓는 2차 항암.

1차 땐 박하사탕만 입에 물어도 충분했는데, 이번엔 그것도 역부족이었다. 역하고 따가운 약 냄새ㅠ 다음엔 얼음과 박하사탕을 같이 물고 있어볼까 한다.

1차와 동일하게 가래가 침이 잦다.
좀 지저분해도 그때그때 뱉어줘야 속이 편하다.
더불어 코 세척!
코 세척을 하면 목도 같이 편해진다. 지난번엔 숨이 꺽꺽 넘어갈 정도로 기침을 하느라 정말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는데, 식염수로 코 세척을 하면서부터 한결 편해졌다. 나는 환절기마다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인데, 항암 후유증으로 기침이 찾아와서 그 고생 난리 쌩쑈를 한 듯하다.
이 즈음에서 궁상민 만세다.

항암 맞자마자 물을 하마처럼 들이켜어서인지 부작용이 좀 덜 한 것 같기도 하다. 2차 항암 땐 첫날 이온음료와 물을 2리터 훨씬 넘게 마셔댄 것 같다. 첫 항암 땐 혼자 종당 거리며 다니다가 지레 진이 빠져 대충 마시고 말았는데.

1차 항암 때 너무 고생을 해서 산쿠소 패치를 처방해달라고 했다. 붙이면 일주일은 간다는 구토방지 패치인데, 내 담당 교수는 지금 처방 나온 부작용 방지약들보다 효과가 아주 조금 셀뿐이고 변비로 고생만 한다며, 취침 전에 먹는 약을 처방해줬다. 하지만 2차 항암은 1차와 달라서 아직 복용을 하지는 않았다. 참 감사한 일이다.

매일 요구르트 1알과 된장국, 고구마를 먹었다. 변비약이 필요치 않았다.
사실 된장국은 항암 당일에 오실 도우미 선생님 드시라고 끓여 놓은 건데, 그걸 내가 다 먹었네.

뜸.
2차 항암 직전에 아이가 많이 아팠다.
4일여 동안 열이 40도 언저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기침하다 토하고, 못 먹고... 당연히 어린이집은 못 보내고 집에서 끼고 있다 보니 내 끼니나 애 끼니나 말도 못 하게 부실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먹은 게 베이글 반 조각이었으니까.
호중구에서 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들어갔는데, 오히려 1차 때보다 호중구 수치가 좋았다. 당분간 하루 3 뜸을 유지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혼자 하는 것보다 도움받아가며 투병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먹는 것도 버티는 것도.
평생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했는데, 이렇게 배우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