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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Apr 30. 2019

독박 육아 그리고 아이 돌봄 서비스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항암 당일까지도 아이가 아팠다.
혼자 얼마나 종당 거리며 불안에 떨었는지 모른다.
항암 전 날, 급하게 아이돌보미 센터에 연락을 하고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했다.
이런 식으로 급하게 사람을 찾기 힘들었을 텐데 마침 매칭이 이루어져서 참 다행이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처음 보는 할머니 선생님과 종일 집에 있어야 할 아이가 눈에 밟혔다. 아무리 집이라지만 얼마나 무서울까.
늦은 저녁, 아이가 익히 얼굴을 아는 분에게 연락을 드렸다. 상황이 이러저러하다고, 혹시 내일 낮에 시간 되실 때 잠깐씩만 들여다봐 주실 수 있겠느냐고. 부탁드린다고.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울던 36개월 언니는, 엄마가 돌보미 할머니에게 투약 설명, 식사안내, 집 구경, 니 성격 설명 등등을 하는 것들을 지켜보더니 차분히 앉아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아침부터 달렸다. 제발 진료지연만 없게 해 달라며 기도하고 기도하며 달렸다.
늦어도 3시에는 집에 돌아와야 한다며.
(이건 미리 선생님께 여쭤봤으면 됐을 문제였다. 선생님이 이후 일정이 없다면 조율 가능)

집에서는 딱 한 번 연락이 왔다. 아이가 엄마한테 가자고 졸라서 외출을 해야겠는데, 집에 다시 들어올 방법이 없다고.

진료는 30분가량 늦어졌다.
내 이럴 줄 알고 밥부터 먹었지요~

아무리 짧게 끝나는 항암주사여도 혼자 가는 거 아니라며 병원으로 따라오신 전도사님이, 마음이 분주해 종당 거리는 나에게, 걱정 말라며 시간이 혹여 오버되면 또래 아이들 데리고 우리 집으로 놀러 가려고 대기하고 있는 집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약국을 거쳐 집에 도착하니 정확히 3시였다.
아이는 돌보미 선생님과 외출을 해, 그 좋아하는 나뭇잎 줍기와 나무 구경을 했다고 한다.
돌보미 선생님이 마침 우리 동에 살아본 적이 있으셔서 아이랑 산책하기가 수월했던 듯하다.
잠깐잠깐 들여다 봐주신 분이랑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아마 자기가 다 외운책을 들고 와서 맞추기 자랑을 했겠지.

아이는 짧은 낮잠도 자고 잠에서 깨어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새 이렇게나 자랐는지 베란다에서 귤을 꺼내다 손님 손에 쥐어드리기도 했다.
제법, ‘여기가 내 집이고 당신은 손님이오’ 같은 느낌으로.

다음날에도 같은 선생님이 오셨다. 아이는 이루 말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 껌딱지를 했지만, 옆에서 아이를 같이 돌봐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큰 도움이었다. 하다못해 산책길에 나 대신 안아줄 사람이 있는 거니까.

헤어지는 날, 돌보미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엄마를 위해 잘 참고 견뎌야 한다는 걸 아이가 아는 것 같다고. 그래서 이 아이에게 마음이 더 쓰이셨다고.


아이 돌봄 서비스
https://www.idolbom.go.kr

위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한다.
지역별로 (아마도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에 연락을 한다.
아이디를 알려주면 요금제 확인이 가능하다.
맞벌이 거나, 우리 집처럼 외벌이여도 중증 특례를 받은 경우, 주민센터의 확인을 통해 요금제 변경이 가능하다. 단, 의료보험료가 월 18만 원인가 20만 원 이상이면 불가하다.
온갖 서류가 복잡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엄마 이름으로 가입하고 통합할 것을 권한다.
만약 이미 산정특례적용으로 아이가 어린이집 종일반을 다니고 있다면, 9-5에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아이가 왜 등원을 하지 못했는지(진단서. 처방전)와 등원을 하지 못한 확인서류(어린이집. 미등원 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아이에 관한 것을 해주신다. 주로 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분들이라 지리와 정보에 밝다. (모르는 곳에서 오셔서 아이랑 길 잃을 염려 없음)
정부에서 위탁해 시행하는 사업이라 교육과 관리가 믿을만하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네 친구들의 평은, 친정엄마보다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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