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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y 02. 2019

사각지대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한 명 나가는 자리에 대기 순번 44번째.
다섯 명 나가는 자리에 45번째.

올해 들어 둘째 셋째 낳은 집들이 많다더니 가뜩이나 점수 낮은 우리 아이는 다음 어린이집 입소에서도 밀려버렸다. 많이들 병설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으로 옮길 듯하더니 자리를 지키기로 마음을 바꾼 모양이다.
아무래도 유치원 파동 때문인 듯하다.’

사실 지금 어린이집 다음은 병설유치원에 보낼 생각이었다. 병설이 안되더라도 올해엔 둘째를 가질 계획이었으니 집에서 끼고 있으면서 조금 기다리면 원하는 어린이집 어디라도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임신이 아닌 암수술을 받고 항암을 하고, 그 항암이 끝나면 방사선 치료를 하고 표적치료를 해야 하고, 절대 보육공백이 생기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내년 2월 말이면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나와야 한다. 영아전담 가정형이라 아이가 더 있을 수가 없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관내 발도로프 공동육아를 찾아보는 밤이다.

공동육아와 관내 발도로프 어린이집에 대해 나름 안다고 여겼는데, 막상 내 자식을 보낼지도 모르는 상황에 닥치고 보니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출자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엄마 아빠가 내야 하는 품은 어느 정도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치료비와 기타 등등의 예산도 다 새로 짜야한다.
그래도 어쩌다 보니 내 딸로 태어나 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에게 어디라도 받아주는 어린이집에 가 있으라고는 차마 못하겠다.

문득, 항암을 앞두고 보건소와 통화한 일이 생각났다.
소득이 있는 젊은 시민이라 안타깝게도 관내 중증 환자에 대한 지원들에 해당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사각지대에 서 있는 느낌이다.
돈도 벌지 못하고 당장 아이도 더 낳지 못하는, 쓸모없이 젊기만 한 암환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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