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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y 23. 2019

삶의 연속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2018년 12월 31일은 참으로 바쁜 날이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빈 속은 역하니까 뉴케어를 마시며 병원으로 달려갔다.
연말이라 러시아워임에도 도로가 한산하던데 병원 주차장은 여지없이 전쟁통이다.
처음 보는 방사선종양학과 진료와 이번 달 루프린이 잡혀있는 날.
간신히 주차를 하고 보니 방사선 진료 예약 30분 전이다.

간밤에 방이 너무 건조했는지 연신 코를 풀어대느라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지막 항암 한 달 후에 방사선 치료를 시작할 거라고, 이러이러한 부작용이 보고되어 있다고, 향후 1년간은 피임해야 한다고, 집 가까이에 대학병원이 있느냐고, 대략 이 정도만 기억이 날 뿐이다.

집 가까이에 대학병원..
그러게.
설계를 제하고도 20회를 받아야 한다는데 조금이라도 오가기 편리한 곳에서 받는 게 좋지 않을까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이었지만, 이미 진료실을 나온 나에게는 물 건너간 일 같을 뿐이다.
같은 병을 앓는 환우 모임에 물어보는 글을 쓰고 차에서 눈 좀 붙이고 산부인과 진료를 보고, 또 난소를 재우는 루프린을 맞았다.

산부인과 진료를 갈 때마다 교수님은 갱년기 증상 같은 루프린 부작용으로 화두를 던지시는데 나는 늘 항암 부작용을 답하고 나와 나 스스로가 참 바보 같이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난 루프린보다 항암이 더 힘든걸..

올해 마지막 루프린은 유난히 헛구역질이 심했다.

진료 시간이 떴을 때 차에서 잔 게 불편해서인지, 내 병원에 아빠 병원 심부름까지 온종일 병원의 날이 버거웠는지 온 몸이 으슬으슬 안 좋았다.

주말 내 아빠랑 둘이 친가에 다녀온 딸이 보상을 받겠다는 듯 엄마 팔베개를 찾았을 텐데, 내 마지막 기억은 “엄마 추워 추워 추워.”뿐이다.



갈증이나 눈을 떠보니 2019년 새벽 1시.


그렇게 별다를 것 없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되었다.



2018년의 마지막 날에는 유독 다둥이를 많이 보았고, 주변의 임신 소식을 많이 들었다.

나는 왜 어쩌다 아파서..

추워..

나 암 맞나?

등등의 잡생각이 2018 내 머릿속 마지막 기억이고..

입이 허전하면 헛구역질을 하고 무언가를 마시면 입이 써서 종일 너무나 힘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은 3차 항암 5일 차다..


2019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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