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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n 30. 2019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입춘이 돌아왔다.
이젠 정말 새 해다.
1818하도록 숨 막히게 힘들었던 2018년이 정말 다 지나갔다.

사람들이 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적어 붙여놓곤 하던데, 2019년을 맞이하는 지금의 나는 입춘이 왔으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것을 기대하는 저 글자보다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에 더 마음이 간다.

부모는 천년을 사시고 자손은 만대까지 번영하고 싶어서.

연휴가 시작되던 새벽.
친정아버지가 중환자실에 가셨다.
그 새벽에 코드블루 방송이 얼마나 나갔는지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얘기가 새벽에 있었던 코드블루였다.

아직 표준치료도 끝나지 않았고, 아직 자리도 제대로 잡지 못한 딸자식, 내 모습이 한없이 한심하다.
불효가 따로 없다.
아빠가 건강하고 힘 있으셨던 내 젊은 시절에 나는 대체 뭘 했단 말인가.
뭘 했긴 허송세월 했지.

이젠 정말 다른 새 해가 왔으니,
내일의 소식은 오늘보다 더 좋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모가 천년을 살고 자손이 만대에 이르도록 번영하듯이..
그나저나 이번 주에 허셉틴인데.. 미룰까..


<지난 일기>


“새벽에 코드블루 코드블루 하더라. 호호호 우린 오늘 퇴원인데.”


그 코드블루가 내 아버지 이신데요.
선생님은 나이 그따위로 쳐드셔서 건강하신가 봐요. 호호호.
...라고 나는 쏘아 대지 못했다.
늘 이 모양이다.

중환자실 면회 가는 길, 건너편에서 급히 가는 구급차를 보고 생각했다.
나는 cpr 방송이나 구급차를 보면 그 누군가의 가족은 심장이 녹아내리겠구나 싶던데, 내 가족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내가 그렇게 살면 내 가족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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