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그간 너무나 감사해서요..
이번 주 금요일이면 아이가 2년 동안 다닌 어린이집을 졸업한다.
산후우울로 고생하면서도 절대 아이는 두 돌까지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더랬다. 육아서가 그랬거든. 엄마가 최소한 두 돌까지는 데리고 있는 게 좋다고.
12개월 심리발달검사에서 불안정 분노 애착이 보이니 엄마가 숨통을 좀 틔어 산후우울을 해결해야 한다는 결과를 받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계속 일을 할 줄 알고 미리 가서 봐 뒀던 영아전담 가정형 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민간이지만 재정지원도 많이 받고 한 곳에서 오래 운영하고 있는, 이미 동네 언니들에게 추천을 많이 받은 곳이었다.
원복도 가방도 사지 않고 물려 쓰는 희한한 어린이집.
그렇게 우리 집 언니는 인생 16개월 차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2년의 시간이 지났다.
걸음이 느리지만 스스로 걷겠다 고집을 부리던 아기는 고집 세고 수더분한 39개월 어린이가 되었다.
인생은 늘 예측불허라지만 너무나 과했던 시간이었다.
엄마의 정신이 산산이 부서지고 일상이 흔들리고 결국 암환자가 되었음에도 아이는 자신의 리듬을 가지고 나름 잘 지내온 시간이었다.
엄마가 어떤 상황이건 아이는 정해진 시간에서 정해진 시간까지 배불리 밥 먹고 신나게 숲에서 뛰어놀고 낮잠 자고 놀고먹고, 그 리듬은 깨지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훌쩍 자란 아이가 지내온 시간을 되새겨보니 어떻게라도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꽃시장으로 달려가 꽃다발들을 만들었다.
원장 선생님, 담임선생님, 시간연장 선생님 그리고 냠냠 선생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또래보다 많이 먹는 우리 아이, 애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느냐며 늘 넉넉히 음식을 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친정아버지 간호로 제 투병으로 늦게 하원 할 때마다 힘내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좋은 말씀 해주신 것도요.
제가 수술하던 날, 수술이 늦어져 아이 아빠가 정말 늦게 하원 하러 갔는데도 그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시고 아이 케어는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신 것도 절대 못 잊을 거예요.
아이를 포근하게 사랑으로 품어주시고 돌봐주시고 또래보다 늦고 작은 아이를 넉넉히 기다려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던데, 제게는 팔 할이 어린이집이었네요.
가방은 꼭 깨끗하게 빨아서 반납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