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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02. 2019

방사 전야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방사 설계라며 몸에 그림을 그린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결혼식 날짜 잡을 때보다 더 떨리던 첫 방사선 일정 연락을 받고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정말 이제 시작이구나.

CT를 찍고 파란 잉크로 가슴 주변에 죽죽 선을 긋고
이리저리 사진 찍힐 때만 해도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찍는구나 그리는구나.’

비누칠을 하면 안 되고, 간단한 물 목욕만 해야 하며, 물기는 수건으로 톡톡 닦아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흐려지면 또 그려준다니 좋네.’

그렇게 비누칠을 못한 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더운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땀나니까 선이 지워지고, 땀나는데 시원하게 마음껏 씻지도 못하고.
기분 탓인지 얼굴 피부도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그래도 잘 맞는 속옷을 찾아 다행이다.
소재 시원하고 부드럽고 몸에 꼭 끼지 않는, 아이 모유수유할 때 입었던 수유 러닝을 이렇게 다시 입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인생 참..
둘째 임신하면 입으려고 남겨둔 것이었는데..

그나저나 첫 방사, 밤 9시 40분.
다음 주엔 우리 집 언니 어린이집 적응기간.
이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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