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이다.
이 언니의 스케줄과 아만자 엄마의 방사선 치료에 친정부모님 병원 상황이 겹치다 보니 밥 먹고 챙기는 일 외에는 다른 걸 할 여유가 없다.
항암 때보다 피부는 더 거칠어지고 더 피로하고.
뜸이 남았는데, 뜸 뜨려고 준비도 해 놓았지만 현실은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장을 봐 왔다.
팔랑귀가 팔랑팔랑 했거든.
물처럼 마시는 채소 스프라고.
히포크라테스 수프는 나만 먹다 보니 혹여나 상하면 그거 먹고 탈 날까 봐 무서워서 만들다 말았는데, 물처럼 마시는 이 수프는 먹기가 수월해 불안함이 덜하다.
끓인 건더기들로 된장국도 만들고 반찬도 만들고.
근데 만들다 보니 이거랑 비슷한 한살림 제품을 수술받았을 때 병문안 선물로 받은 게 생각났다.
이미 재료 다 사놨는데.
이거라도 해야지.
내 몸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게.
<채소 수프 만들기>
무 1/4 당근 1/2 무청 1/4 우엉 1/4 건표고버섯 1개
+3배의 물...이라고 하지만 우리 집엔 계량기가 없으니 그냥 적당히 물을 넣어 끓인다.
내열유리 냄비에 담아 센 불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작은 불로 줄여 1시간 동안 끓이면 끝.
나는 예쁜 유리병에 담아 식탁 위에 놓고, 뚜껑 있는 유리병에도 담아 냉장보관을 한다. 이동할 때 들고나가기도 좋고, 전부 상온에 두는 것보다 보관이 용이하다.
아! 무와 당근 우엉을 자를 땐 세로로 길게 자르는 게 좋다고 한다. 위아래 가운데 있는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기 위함이라는데, 이 또한 정성이니 정성껏 자르고 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끓인다.
그 덕에 이틀에 한 번 꼴로 된장국을 먹는다.
끓이고 남은 무와 무청을 넣고 기타 등등을 더 넣어 된장국을 끓이면 순식간에 된장국 완성.
영양소가 다 빠졌는지 몰라도 뭐... 시래기에 식이섬유는 남아있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