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콜라 Jul 05. 2024

칭찬

 D는 낯을 조금 가리지만 활발한 아이였다.

처음에는 거리를 좀 두더니 친해졌다 생각한 뒤로는 늘 한 뼘 가까이 다가왔다.

보통 선생님 바로 앞자리는 꺼려하기 마련인데

D는 내 책상과 붙어있는 가장 앞자리를 좋아했다.

"여기 앉으면 선생님한테 책 내기도 편하고, 선생님 자리에 있는 걸 사용할 때도 편해요!

또, 모르는 게 있을 때도 바로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그 자리의 장점이 널리 알려져서 모두 앉고 싶어 하는 인기 자리가 되었다.


어느 날 글쓰기를 하는데 D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K는 좋겠다.

K는 글을 쓰기만 해도 선생님이 칭찬해 주시니까.'


그때 D와 같은 반이었던 K는 시작이 매우 느린 아이였다.

발달은 모두 정상인데 그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걸 시작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글을 쓰고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시작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K가 무엇이라도 시작하면 나는 늘 K를 칭찬하게 되었던 것이다.


D의 그 글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다.

모두를 공평하게 사랑하고 교육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알고 보니 내 교육을 잘 따라오는 학생들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신경 쓰느라

많은 학생들을 놓치고 있었구나...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던 학생들 모두 선생님의 칭찬과 관심이 필요한 '아직은 어린아이'구나.


그 뒤로는 의식적으로 D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관심을 주려고 노력했다.

교실을 돌아보며 칭찬으로, 조그마한 격려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나는 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관심으로, 그 칭찬으로, 그 사랑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길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이전 10화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