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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콜라 Jul 08. 2024

산타할아버지

2학년 학생들을 가르칠 때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두 명의 어린이가 밥을 먹다가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산타할아버지는 진짜 있어! 나는 맨날 선물도 받아!"

"아냐 그건 너희 부모님이야!"


그렇게 설전을 벌이던 두 아이는 나를 불렀다.

"선생님! 산타할아버지는 진짜 있죠?"

"산타할아버지는 없죠? 그건 엄마아빠가 선물을 주는 거죠?"


나는 현실과 동심 속에서 갈등했다.


"산타할아버지는 계시지~ 핀란드에 산타마을이 있는데 편지를 쓰면 답장도 해주신대!"


나는 어디서 주워들은 사실로

아직은 동심을 지켜주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말하지 않아도 곧 알게 될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 봐! 선생님이 산타할아버지가 있다잖아!"

"아닌데~ 산타할아버지는 엄마아빠랬는데..."


두 아이는 머지않아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이야기하며 신나게 돌아갔다.




고학년이 되면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너희는 언제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니?"

하고 물어보자 다양한 답들이 나왔다.


"유치원 때 친구가 말해줬어요."

"사촌 형이 말해줬어요."

"크리스마스 때 아빠가 선물 두고 가는 걸 봤어요."

"산타할아버지가 한 번도 선물을 주신 적이 없어서요."


가장 재미있는 답변은 C의 답변이었다.


"제가 산타할아버지한테 자동차가 갖고 싶다고 했는데 장갑을 선물로 주셨을 때요."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산타할아버지는 사실 나와 함께 사는 어른이었고,

뽀로로와 친구들은 사실 함께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군인 아저씨는 사실 아저씨가 아니었고,

교생 선생님은 그저 술을 좋아하는 대학생이었다.


서울대는 어마무시하게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고,

1억이라는 돈은 모으기도 어렵지만 집을 사기도 어려운 돈이다.

매일 출근한다는 건 매일 등교하는 일의 오만배는 더 귀찮은 일이고,

출근을 하며 집안일도 하고 육아까지 한다는 건 자기 인생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이다.

내가 지금껏 살아온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

군가의 희생으로, 좋은 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세상은 너무나 위험한 곳이고

각종 범죄와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나의 약함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곳이며, 비합리적인 일들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잘 몰랐으면 좋겠다. 맑고 순수한 그 생각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고,

아직은 자신의 미래에 멋진 일들이 가득하리라 기대하고,

아직은 동화 속 해피엔딩을 믿는 아이들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땐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그렇게 멋진 일들이 가득한,

그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곳에서 끝내주는 모험을 하다가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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