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콜라 Jun 27. 2024

변화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교사의 가장 큰 보람이다.

 B는 처음 나와 만났을 때 기초학력이 낮은 상태였다. 가정에서 학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복습을 잘하지 않아서 학습 부진이 이미 꽤 진행된 모습이었다. 그래서 기초학습부진대상으로 선정되었고 방과 후에 따로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보충 수업을 받게 되었다.


 B는 자신의 차분하고 곧은 성품처럼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쓰고, 잘하려는 의지가 높은 학생이었다. 영어단어 시험을 치면 공책이 가득 차도록 영어를 적어서 외우려고 하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첫 수업 시간에는 알파벳도 헷갈려해서 알파벳을 다시 확인하고 파닉스를 가르쳤다. a의 소리, b의 소리 등 알파벳의 소리를 하나씩 가르치고 다음 보충 수업 시간이 되었는데 이 학생이 집에 가서 내가 알려준 파닉스를 모두 외워왔다. B의 성실함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외워온 학생이 없었기에 나는 매우 놀랐다. 그 뒤로 B는 아주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영단어 시험에서 0점을 받았었는데 점차 점수가 오르더니 영어단어 시험을 넘어 문장 시험까지 100점을 받기 시작했다. B는 결국 다음 해에 학습 부진을 벗어나게 되었다.


 선생님의 가장 기초적인 역할을 가르치는 것이다.

 학습, 생활, 인성, 진로 등 아이들의 많은 부분을 가르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B의 경우는 매우 특수하다.

학생의 의지 + 가정의 협조 + 1대 1 지도의 기회(수준에 맞는 개별 학습)가 알맞게 어루어져 일어난 일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모든 아이를 변화시키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교직 생활을 시작하지만 포기하는 방법을 먼저 배우게 된다. 한 시간의 수업으로, 일 년의 가르침으로 학생의 깊은 학습 부진, 가정의 상황에서 비롯된 문제, 치료가 필요한 학생의 문제 행동과 말 등은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때로는 거의 불가능한 것들도 마주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모든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내가 모든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질 수 없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반드시 오게 되는 것 같다.


 그저 내가 만난 아이들을 할 수 있는 한 가득 사랑하는 것.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지도하는 것.

아이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그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인 것 같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나로 인해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나의 교사로서의 삶은 가치 있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 09화 상대적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