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때로는 아주 현실을 잘 아는 것 같다가도
매우 현실을 모르는 순수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몇 년 전 6학년 학생이
"선생님은 얼마 벌어요?"라는 질문을 해서
"얼마 벌 것 같아?"라고 질문하자
"10만원?"
이라고 대답한다거나
2학년 학생들이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물어봐서
"비밀이야~"라고 했더니
"선생님은 17살인 것 같아요."
"아니야, 선생님은 40살이야."
"아니야, 선생님은 15살이야!"라고 중구난방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동안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어도 대충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데
아이들의 시선에는 그걸 구별할 수 없어
그저 자신이 아는 숫자 중 느낌대로 하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이들이 어른들의 나이를 유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매일 집에 가는 것보다 학교에서 놀고 싶어 해서
하교 전쟁을 치르는 Z와의 대화에서 그 비밀을 알 수 있었다.
Z: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나: 비밀이야!
Z: 선생님은 20대일 것 같아요.
나: 40대일 수도 있지?
Z: 아니에요. 40대는 머리에 흰머리가 있어야 하는데 선생님은 없어요.
나: 그럼 60대일 수도 있지?
Z: 선생님이 60대면 얼굴에 선이 있어야 하는데 얼굴에 선이 없잖아요~
나: 아니면 100살?
Z: 100살이면 손에 선이 많아야 하는데 선생님은 안 그렇잖아요.
자신이 경험한 사람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최선을 다해 나이를 유추했던 것이다.
아무튼 다행히 오늘도 내 나이의 비밀은 잘 지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