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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콜라 Jul 04. 2024

선생님의 나이

아이들은 때로는 아주 현실을 잘 아는 것 같다가도

매우 현실을 모르는 순수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몇 년 전 6학년 학생이

"선생님은 얼마 벌어요?"라는 질문을 해서

"얼마 벌 것 같아?"라고 질문하자

"10만원?"

이라고 대답한다거나


2학년 학생들이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물어봐서

"비밀이야~"라고 했더니

"선생님은 17살인 것 같아요."

"아니야, 선생님은 40살이야."

"아니야, 선생님은 15살이야!"라고 중구난방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동안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어도 대충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데

아이들의 시선에는 그걸 구별할 수 없어

그저 자신이 아는 숫자 중 느낌대로 하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아이들이 어른들의 나이를 유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매일 집에 가는 것보다 학교에서 놀고 싶어 해서 

하교 전쟁을 치르는 Z와의 대화에서 그 비밀을 알 수 있었다.


Z: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나: 비밀이야!

Z: 선생님은 20대일 것 같아요.

나: 40대일 수도 있지?

Z: 아니에요. 40대는 머리에 흰머리가 있어야 하는데 선생님은 없어요.

나: 그럼 60대일 수도 있지?

Z: 선생님이 60대면 얼굴에 선이 있어야 하는데 얼굴에 선이 없잖아요~

나: 아니면 100살?

Z: 100살이면 손에 선이 많아야 하는데 선생님은 안 그렇잖아요.


자신이 경험한 사람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최선을 다해 나이를 유추했던 것이다.



아무튼 다행히 오늘도 내 나이의 비밀은 잘 지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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