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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콜라 Jul 10. 2024

눈이 내리는 마법의 주문

내가 있던 학교는 산 중턱에 있어서 눈이 종종 내렸다.

산길을 굽이굽이 들어가야 집이 나오는 어린이들이 많아서

학교에는 스쿨버스가 두 대나 있었다.

그중 큰 스쿨버스는 눈이 내린 산길을 오르내릴 수가 없어서

갑자기 많은 눈이 내리면 아이들은 수업 도중 급하게 집으로 가기도 하고

때로는 아침에 스쿨버스가 집까지 올라가지 못해 등교를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눈이 내리는 것을 참 좋아했다.

눈이 내리고 난 아침, 운동장에 새하얗게 쌓인 눈을 밟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그런 날이면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했다.

1학년 어린이는 눈밭에 대자로 누워 팔을 휘저으며 나비 모양을 만들었다.


어떤 아이는 스쿨버스가 산길을 오르지 못해 등교를 못 하니

엄마의 승용차를 타고 눈 쌓인 산길을 지나 학교에 오기도 했다.

그리고 말갛게 웃으며 "선생님~ 눈싸움하려고 학교 왔어요! 운동장 나가서 놀자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정성에 어쩔 수 없이 또 아이들과 눈싸움을 한바탕 벌이고 돌아왔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은 겨울만 되면 눈을 기다렸다.

창밖을 바라보며 눈이 오진 않을지 하늘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 E가 갑자기 노래를 시작했다.


"눈아 펑펑 내려라~ 으쌰 으쌰~"


그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자

"눈이 내리는 주문이에요. 제가 만들었어요!"라며 대답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들은

"우와~ 멋지다! 나도 할래!"라며 몰려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눈이 내리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눈아 펑펑 내려라~ 으쌰 으쌰~" 주문을 외웠다.


그날 밤 신기하게도 E와 친구들의 간절한 주문이 먹혔는지 마법처럼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일기 예보에도 없던 일이었다.

이윽고 아침이 되자 마을은 온통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주문이 이루어졌다며 신나게 눈싸움을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이 이런 예쁜 추억들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날씨가 추워도, 옷이 젖어도, 손을 호호 불어가며 친구들과 함께한 이 시간들이

아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서

각박한 현실을 살다가도 문득 그 추억에 쉬어갈 수 있는 그런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눈이 내리는 마법의 주문을 오래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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