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콜라 Jul 13. 2024

스키 캠프

아이들과 스키캠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전문 강사 선생님께 스키를 타는 법을 배우고 자유롭게 스키를 타는 스케줄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온 스키장에 감회가 새로웠다.


나의 첫 스키 체험은 21살이 되던 해 겨울이었다.

학생 때 몇 번 스키를 타본 친구들은

스키를 신고 벗는 방법, 발을 A자로 만들라는 것만 알려주더니

그냥 냅다 나를 리프트에 태워서 초급 코스로 향했다.


그렇게 구르고, 넘어지며 거의 울면서 초급 코스를 내려오니

어느새 나는 스키 타는 방법을 익힌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나는 스키 타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스키 타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받은 첫 강습.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배우는 것이

'넘어지는 법'이라는 것이었다.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는 것'이 스키의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라 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넘어지고, 겨우겨우 일어나며 가장 중요한 것을 체득해 갔다.


이후 나는 스키를 탈 수 있다는 이유로

진도가 빠른 아이들을 데리고 초급 코스에 올라섰다.

평소에 운동 신경이 좋고, 승부욕이 강했던 E는

"선생님, 저 한 번도 안 넘어지고 내려갈 거예요!"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E가 먼저 출발하고, 한 사람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스키를 타고 눈밭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중간쯤 갔을까?

익숙한 스키복을 입은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E였다.


"너 괜찮아?" 물어보자 E는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이랑 부딪칠까 봐 피하다가 넘어졌는데 스키가 저기 위에서 벗겨졌어요. 근데 못 주으러 가겠어요......"

얼른 위를 보니 스키 한 짝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었다.

나도 E의 스키를 주으러 올라가려고 하였지만 경사진 눈밭 위를 올라간다는 게 쉽지 않았다.

다행히 지나가던 분께서 E의 스키를 주워주셨고 E는 자신의 스키를 다시 신고 일어섰다.


"그래도 저 엄~청 잘 일어나죠? 안 다친 것도 제가 엄청 멋지게 넘어져서 그런 거라니까요?"

E는 다시 의기양양하게 말하고는 바지를 툭툭 털고 아래로 향했다.


결국 E는 그 캠프기간 동안 중급 코스까지 완료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넘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어쩔 수 없이 넘어져 버릴 때가 있다.

그때 필요한 건,

'엄청 멋지게 넘어지고 나서 다시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생명이 연약하게 태어나는 이유는

넘어지고, 일어나는 방법을 끝없이 배우기 위함이 아닐까?

끊임없이 넘어지고, 툭툭 털고 일어날 때마다 강해져서

내 인생의 여정을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 걸어갈 단단한 힘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앞길에도 끝없는 실패와 좌절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엄~청 멋지게' 넘어져서

'엄~청 멋지게'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인생의 여정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끝낼 것이다.

이전 17화 오랜만에 온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