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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콜라 Jul 14. 2024

휴대폰과 선생님

요즘엔 유치원생도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데

우리 반에는 휴대폰을 가진 어린이가 두 명밖에 없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갑자기 A의 휴대폰에서 소리가 울렸다.

나는 A에게 휴대폰을 끄거나 무음모드로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학교에 휴대폰을 가지고 오면 안 돼~”라며 분주히 떠들기 시작했다.

발끈한 A는 “학교에 휴대폰 들고 와도 꺼놓으면 돼!”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휴대폰 소지를 말릴 수 없는 현시국에 나는 아이들에게 휴대폰은 가져와도 되지만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휴대폰은 꺼서 가방에 넣어두거나 무음모드로 바꾸어서 가방에 넣어두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B가 “휴대폰이야 선생님이야?”라고 크게 이야기했다.

그 질문을 들은 C는 “당연히 선생님이지!”라고 대답했다.

휴대폰의 인기가 나날이 올라가는데 그래도 아직은 내가 휴대폰을 이길 수 있는가 보다.


그때 D가 “나는 선생님도 좋고, 휴대폰도 좋아!”라고 소신 있게 이야기를 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선생님을 휴대폰에 비교할 수 있냐며 당연히 선생님이 좋지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발끈한 B가 “나는 천만 원을 줘도 선생님을 고를 거야!”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고마워, 그런데 천만 원을 주면 천만 원을 선택해~”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왜요?”라며 궁금해했다.

“그야 천만 원이 생기는 건 쉬운 기회는 아니거든~”

사회에 찌든 나는 이 순수한 아이들에게 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돈의 가치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그 마음이 예뻐서 감동했다.


그러자 A가 “아니에요~ 저는 삼천만 원을 줘도 선생님을 고를 거예요!”라고 소리쳤다.

C는 “나는 일억을 줘도 선생님 고를 거야!”라며 금액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넘치게 사랑을 받는 나는 참 운이 좋은 교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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