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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콜라 Jul 17. 2024

이별

나는 매년 다른 아이들과 사랑을 나눈다.

어찌보면 1년짜리 사랑인 셈이다.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걸

헤어지는 날짜가 정확히 정해져 있다는 걸

아이들은 잘 체감하지 못한다.

아마 아이들의 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나는 이별을 준비한다.

시간을 계산하여 진도를 끝내고,

아이들의 1년의 생활을 평가하고,

함께 보낸 교실을 정리하고,

아이들과의 마지막 추억들을 쌓는다.


나만 혼자 이별을 준비한 탓인지

아이들은 마지막 일주일을 보낼 때가 되어서야

이별이 눈앞에 와있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얼른 새학년이 되고 싶은 아이부터

이별이 힘들어 일주일 전부터 눈물짓는 아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더욱 더 마지막이 가까워져 옴을 느낀다.


나는 매년하는 이별임에도 꽤나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매년 이별하고, 다음해가 되어서도 전년도 아이들을 잊지 못하다가

새로운 아이들과 다시 사랑하고, 그제서야 적응하고 나면

또다시 이별하는 삶이라는 게

때로는 새롭지만 때로는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고자 한다.

어쩌면 시간이 지나 기억에서 내가 사라지더라도

그 기억 한 구석에 즐거웠던 감정이 남아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이별이 없는 것처럼 아이들과 하루를 살아간다.

나를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아이들을 나는 오늘도 남몰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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