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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콜라 Jun 26. 2024

오랜만에 온 편지

 그런 날이 있다. 

 유난히 마음이 힘든 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아이들을 모두 집에 보내고 지쳐있는데 다른 학년 학생과 우리 반 학생의 갈등으로 다른 학년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나중에는 그 학생이 뒤에서 내 욕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교직에 대한 회의감에 빠지는 중이었다. 


 그때! 전임교도 아닌 전전임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에게서 메신저로 쪽지가 왔다. 

 “선생님, 잘 지내세요? 다름이 아니라 00중에 다니는 L학생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이 편지를 스캔해서 보내드리면 될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년 전 맡았던 학생에게서 갑자기 온 편지. 시기상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쓴 편지 같았다. 

편지를 기다리며 L을 떠올렸다. 부끄러움이 많던 L은 늘 가까이 다가오던 아이들과 다르게 한 걸음 멀리에서 지켜보며, 조용히 자기 할 일을 잘하던 예쁜 학생이었다.


 기다림이 끝나고 두 장의 스캔 파일이 도착했다. 편지와 편지 봉투였다.

그렇게 스캔으로 받은 편지 봉투를 보고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5학년 때 우리 반이었던 L을 6학년으로 올려보내며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 학교가 L이 알고 있는 나의 마지막 행선지였다. 그래서 그곳으로 편지를 보내며 편지 봉투에

‘혹시 전에 M선생님께 전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써 놓았고 다행히 그곳에 남아계시던 선생님께서 편지를 나에게 전해주신 것이다. 

 그 편지에는 보고 싶다는 말, 나를 많이 좋아한다는 말, 나와 1년을 함께 해서 행복했다는 말, 내가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보면 내 생각이 난다는 말, 앞으로도 내 삶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까지 가득 담겨있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전에 있었던 화나는 감정은 모두 사라지고 행복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나와 함께한 1년을 좋은 추억으로 가지고 있는데...

 내가 만난 수많은 예쁜 아이들이 있고, 내가 만날 수많은 멋진 아이들이 있을 텐데...

 역시 아직은 조금 더 교직에 있어야겠다.라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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