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일기
'띠링'
휴대폰 화면에 알림이 떴다. 감사 일기 밴드의 인증 요청 알림이었다. 화면을 열어 인증글 쓰기를 누른 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았다.
아침에 차 열쇠 때문에 왔다 갔다 했던 게 떠올랐다. 차 열쇠가 없다는 것을 지하 주차장에 와서야 알아차려서 집으로 다시 올라와야 했다. 쉽게 벗을 수 없는 긴 부츠를 신고 있어서 거추장스러운 데다 나가기 전에 차 열쇠를 미리 챙기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짜증이 났다.
화장대 위에 놓여있던 차 열쇠를 가지고 나가려는데 마침 목도리가 눈에 띄었다. 바깥바람이 꽤 쌀쌀했던 게 생각나 목도리를 챙겨 들고나갔다. 공교롭게도 오후로 갈수록 갑자기 추워져서 목도리 덕을 톡톡히 보았다.
나는 감사 일기에 이렇게 썼다.
'차 열쇠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목도리를 가지고 나온 덕분에 춥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전 같으면 '왜 이리 잘 잊어버리고 잘 챙기지도 못하나'하고 나를 책망할 터였다. 차 열쇠를 깜빡 놓고 와서 짜증 났던 일로만 기억에 남을 터였다. 그런데 감사한 일을 찾고 보니 짜증이란 감정이 스리슬쩍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매일 세 가지씩 감사 일기를 쓰고 인증하는 밴드에 가입한 건 2년 전이었다. 감사 일기를 쓰기 위해서는 하루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곰곰이 반추해 봐야 했다. 세 가지를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런 것도 감사하다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억지로 쥐어짜듯이 쓰기도 했다.
지금껏 나는 얼마나 나쁜 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걸까. 나쁜 일로 보여도 다른 시선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조금만 달리 보면 감사할 것 투성이라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밴드의 다른 사람들이 인증하는 감사 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무심코 지나치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 속에도 감사해야 할 일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티끌만큼 감사한 일이라도 찾아내어 글로 쓰고 나면 감사함이 몇 배로 커지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일진이 아무리 사나운 날이었다고 해도 자기 전에 감사한 일을 쓰고 나면 그래도 괜찮은 하루로 승화했다.
이제는 예전보다 수월하게 감사한 일을 찾아 쓸 수 있다. 그동안 꾸준히 쓴 감사 일기가 나의 시각을 보다 넓게, 보다 긍정적으로 만들었으리라.
'바람은 차지만 햇살이 밝아서 감사합니다.'
'떨어진 다육식물 한 줄기를 혹시나 하고 화분에 심었더니 어느새 조그맣게 새잎이 돋아났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일기를 매일 쓰면서 감사함을 찾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나는 감사 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