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코끼리 Jun 30. 2016

말이 나오지 않는 고통

학교. 추억이 아닌 그저 기억들.

말을 안하고 생활하니 ,  친구도 사귈 수 없고, 저절로 왕따 아닌 왕따 생활로 이어졌다. 나는 초등학교시절 내내 공부는 상위권이었지만 , 다른 어떤 생활도 적응할 수 없었다. 짝꿍은 책상에 선을 긋고, 내가 넘어왔다며  내 팔을 꼬집었다. 점심시간에는 아무도 나와 도시락을 같이 먹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불쌍히 여겨 , 이리와서 같이 먹자고  하기도 했지만 , 나는 다른 아이가 내반찬을 먹듯 편하게 그들의 반찬을 막 먹지는 못했다. 선생님들은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이 증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착각했던 것 같다. 나는 매년 어떤 담임선생님을 만나도 심부름꾼이 되어 이 반, 저 반 문을 두드려야 했다. 


운동장 조회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당연하다는 듯 , 삼삼오오 짝지어 나갔고. 나도 당연하다는 듯, 혼자  나갔다. 실내화를 벗고 신발로 갈아신는 시간이 너무 싫었다.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나는 늘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나를 못보게 숨다시피 갈아신었다. '앞으로 나란히'로 열맞추는 시간에는 나도 팔을 들어 앞으로 나란히를 한다. 수 백명의 아이들이 다 같이 하는 행동은 나도 따라 한다. 아이들이 모두 다르게 행동할 때는 태엽이 다 감긴 로보트처럼 멈춰 버린다.


"교장선생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그시간 부터는 정말 시간이 멈춰버리는 것 같다. 나는 왜 이 수백명의 어린이들을 타들어갈 것같은 운동장 한 가운데 세우고, 매번 똑같은, 뜻을 알수없는 얘기를 반복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갔다. 교장선생님은 왜 저렇게 말이 많으시지? 왜 저 이야기를 이렇게 벌 서는 것 처럼 들어야 하는거지?

하지만 나는 한숨조차 쉬지 못한다.  그 대신 앞에 있는 아이의 신발만 가만히 응시할 뿐이다.


왕따같은 나에게 제일 반전같은 일은 반장선거 때였다. 후보를 추천하라는 선생님 말에, 기도를 한다. 제발 내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하지만 거의 매년 나의 기도는 하늘에 닿지 않는다.  내 이름이 나오면 쥐구멍에 숨고싶었다. 후보들의 한마디 하는 시간에는 앞에 나가서 선생님께 용기를 내어,"기권...하고싶어요..."라고 개미목소리로 얘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기권같은거 못해. 앞에나가서 각오얘기해." 하고 겨우 고개 든 용기를 꺾어버렸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부반장 혹은 학습부장 같은 부수적인 역할을 맡았다. 반전에 반전은 인기투표다. 인기투표는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앞뒤가 다른 모습에 기가 막힌다. 자기들이 나랑 얘기도 안해봤으면서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아마 그 어렸던 내 안에 분노가 용암끓듯 부글부글 대고 있던 모양이다.


가끔 주기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꿈 속에서 나는 무엇인가 절박하게 말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내 입에는 모래같은 이물질이 가득 들어있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을 해야만 하는데, 입안의 것은 아무리 뱉어내고 손으로 빼내도 그대로 가득하다. 그 꿈은 너무도 선명하고 너무도 무서워서 흡사 가위눌리는 느낌과 비슷하다. 그꿈에서 깨어나면 , 지금 내가 말을 잘 할 수있는 것이, 하고싶은 행동을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다는 그 사실이 퍽 감사하다.

콩은 그런 악몽을 꾸지 않길.


매거진의 이전글 불량식품이 제일 먹고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