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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Jun 20. 2016

불량식품이 제일 먹고싶어요.

용기가 필요해

우리 자매가 겪고있는 것이 선택적 함구증이라는 것을 우리는 물론 ,부모님은 전혀 모르고 계셨다. 부끄러움이 많고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이라고만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하셨을 테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여 나의 행동이 달라진 것은 불행히도 크게 없었다. 책상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아무도 나에게 집중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선생님이 나를 지목하여 책을 읽도록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개미목소리로 겨우 겨우 읽어내려가는데, 선생님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더 크게 다시 읽으라한다. 나는 울고싶은 기분으로 다시 더 크게 해본다. 그래봤자 개미목소리랑 별 반 큰 차이는 없다 . 운동장에 씨커멓게 기어다니는 송충이 목소리가 그 정도 됐으려나.


아이들은 등교길에 불량식품을 참 많이 사왔다. 가장 부러운 것은 얇은 빨대 안에 들은 청량과자였다. 그것을 정말 먹고싶었음에도, 누군가 나에게 먹으라고 쥐어 주면 참 난감했다. 그냥 과자처럼 먹으면 되는게 아니고 , 손으로 한참 비비고 먹어야 더 깔끔하게 쏙 빼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비비는 행동 하나도 용기가 필요했다. 깔끔함을 포기하고 아무도 안 볼때 , 그냥 얼른 번개같은 속도로 대충 빼먹는다.

 닿을 듯 닿지 않았던 수많은 불량식품들


맥주맛 사탕은 진짜 신세계였다. 노란 사탕 위에 덮인 흰 거품사탕. 허허 고 놈 참, 생긴것도 이쁘지... 참으로 먹고싶었다.

 파란색 페인트 사탕은 또 어떻고. 한마디로 꿈이었다. 혀가 파래지다니 ... 정말 대단한 사탕이다. 하지만 나는 한 트럭을 갖다줘도 아이들 앞에서  먹을 수 없었다.내 혀가 저렇게 우스꽝스러워지면 다들 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볼 테니까.


언니와 나에게 불량식품은 늘 꿈에 그리는 아이템들 이었다. 청소당번이라 늦게 끝나는 날에는 조금 희망이 있었다. 하교길이 한산하니 어쩌면 불량식품을 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문방구가 가까워 질수록 갈등이 고조된다. 저 콩처럼 생긴 과자 맛있던데 사가서 집에서 먹을까?아냐...내 뒤에 누가 오잖아. 날 모르는 애 일거야.괜찮아.아냐. 내가 계산하고 나오는 순간 , 우리반 애가 다른 곳에서 날 보고있으면 어쩌지 ?  


열번 중 한 두번은 겨우 용기를 내서 사는데 성공한다. 성공을 못 한 날에는 우울하게 집에 가서 슈퍼에 파는 일반 과자로 만족해야한다. 가끔 우울하게 집에 들어갔는데 , 언니가 불량식품 사는데 성공한 날은 수지 맞은 날 이었다. 우리는 키득대며 용기의 결과물을 음미했다.


성인이 된 지금, 관광지에 추억의 문방구를 재현한 곳에 가면, 기분이 이상하다.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설탕덩어리에 그렇게 선망을 갖던 나의 어린시절에 측은함도 느낀다.

추신. 추억의 문방구 구경 중에 못난이 인형들도 진화함에 놀라며 두 명을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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