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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Jul 05. 2016

공기놀이와 고무줄

흔하지만 불편했던 놀이들

초등학교 아이들이 하는 놀이 중 그 당시 나도 같이 할 만한  만만한 것은 공기놀이였다.

"공기놀이하자!"하고 날 끌고 가면ㅡ 마치 누가 날 봤다면 마지 못해 끌려가는 것 처럼 보였겠지만ㅡ 나는 내심 좋았다.  공기놀이에 제법 자신이 있었으니까.


공기 주인에 따라 스타일이 달랐지만, 공기 좀 한다 하는 애들은 늘 약간 거무스름한 공기를 갖고 다녔다. 공기를 새로 사면 테두리를 이로 꽉 물어,  흰 뚜껑부위를 분리시키고 그 안에 다른공기의 좁쌀같은 추를 옮긴다. 묵직해진 공기알은 잘난 듯이 뚜껑 너머로 거무스름한 빛을 뽐낸다.


무표정하게 공기놀이에 열심히 집중 하다가 수업시간이 시작되면 , 일어서서 내자리로 가는 그 시간이 참 짜릿했다. 공기놀이 자체는 재밌었지만 , 나는 역시 혼자인게 편하니까. 너희들과 둘러 앉아있는 그 자세까지도 나에게는 조금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니까.

공기놀이와 달리 , 고무줄 놀이는 차마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이었다. 아이들이 같이 하자 해도 나는 그저 가만히 있거나 , 고개를 흔들어 의사표현을 했다. 내 딴에는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힘껏 흔드는거 였지만,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미세한 떨림정도?


우리자매는 그 참았던 욕구를 집에 와서 풀었다. 인원은 둘 밖에 없으니 ,우리는 옥상 빨래대 한쪽에 고무줄을 걸어놓고 , 아주 열심히 폴짝폴짝 뛰며 깔깔댔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앞으로~낙동강아 잘 있거라~"


학교아이들이 가장 많이 부르던 고무줄 노래였다.이 노래가 어떤 가사인지도 모른 채, 그저 신나게 폴짝거렸다. 좀 지루해지면 다른 곡으로.


"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과자와 사탕을 ~"


우리는 시끄럽고 평범하고 발랄한 자매였다. 누가 보지 않을 때 만큼은.


선택적 함구증이면 공기놀이건 고무줄이건 다  못하는거 아냐?라고 의문을 가질 수 도 있겠다.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공기놀이는 고무줄에 비해 매우 소극적인 동작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정답이 있는 소극적인 동작에 대해서는 비교적 따라하는 편이므로. 예를 들어, 미술시간에도 상자만들기 같은 정답이 있는 동작을 해야할 때는 망설임 없이 시작하지만 , '미래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시오' 라는 막연한 과제에는 머뭇거리다가 그림을 시작할 타이밍을 놓친다. 머릿속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구상이 끝났는데도 내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보다못한 선생님이 "민트야 그림 그려야지."하면 그제서야 내 손은 스케치북 위를 서성댄다.


어쨌든 초등학교 4학년 되어서는 , 얼른 남은 몇 년이 지나가기만을 고대했다. 중학교에 가면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생활 할 수 있을테니까. 5학년. 얼음땡의 세계가 날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음을 그 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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