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의 세 번째 눈
철부지의 세 번째 눈
울 아부지 뵈러 왔는데
철부지 아들 녀석은
눈 덕분에 신이 났다
엄마,
나는 지금까지
딱 두 번 눈을 봤어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철부지 인생
세 번째 눈을 보더니
흥분하여 날뛰는 모습이
영락없이 말띠구나
절을 하고
금세
남편과 사라진 아들
인사를 드리러 온 건지
눈싸움을 하러 온 건지
요 녀석 어디 갔지 찾으니
우리 언니 웃으며 하는 말
괜찮아,
우리 아버지는
손주 온 게 너무 기뻐
같이 따라다니며
눈싸움하고 있을 거야
그래 맞아
아부지의 자리를 보니
어느새
고사리 손으로 꽁꽁 뭉쳐
만들어 놓은
꼬마 눈사람
아부지 옆을 지키고 서 있다
바이올린
받고 싶은 선물이 무어냐 묻는 동생에게
아버지는 바이올린이라 대답했단다.
좋은 바이올린 사드려봐야
끽끽 소리 내며 조금 만지다 마실 테지.
켜켜이 먼지가 쌓여있을
내 옛 바이올린이 떠올랐다.
새로 산 것 마냥 하얀 거짓말로
꽁꽁 포장하여 보내드리라 했다.
유독 튜닝을 할 때면
줄이 뻑뻑하게 조절되다가
탁,
끊어져버리기 일쑤였던
헌 바이올린이었다.
아버지 삼우제가 끝난 날
동생이 슬픈 목소리로 토로를 한다.
언니야 사실은 아부지가 그 바이올린
언니 결혼식 때 연주해준다했었다.
첫째 딸 결혼을 꿈꾸던 울 아버지
뭐가 그리 신나 준비를 하려 했을까.
아버지 살아생전
내내 비어있던 내 옆자리가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