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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Jan 03. 2021

장지 가는 길

아픈 손가락

장지 가는 버스 안에서

장지 가는 길


새해 동이 붉게 트는데
각자 다른 슬픔들이 덩그러니 앉아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원망이 사라지고
슬픔이 차오른다
눈물이 차오른다

꾸벅꾸벅
눈을 뜨니
어느새 반짝
여기는 하얀 눈의 세상

버스 짐칸을 열고
슬픔들이 모여
영차,
아빠의 미련을 내린다



 끝내 아빠는 내가 보낸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지 못한 채 세상을 뜨셨다. 카톡의 숫자 1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무 위의 사자가 된 기분이야 "의 발행 버튼을 누른 날, 아빠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https://brunch.co.kr/@mintelephant/129

 그 날은 아빠 소식을 접하기 전 부터, 아무 이유 없이 아침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단단히 고장 난 수도꼭지 같았다. 아빠가 응급실에 실려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내 눈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그동안의 험난한 투병생활이 무색하리만큼,  급격하게 모든 것 악화되었다. 내가 기차와 택시를 타고 급히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빠는 의식이 거의 없었다.


 발인하고 장지 가는 길에 시를 하나 써서, 그날 밤 카톡으로 엄마에게 보내줬다.


"감동적이다."

"오늘은 푹 쉬어요."

"어쨌든 내 인생에서 가장 아프고 못난 손가락이었던 사람이 영원히 갔다."

"엄마도 시 하나 지어봐. 제목 아픈 손가락. 슬픔을 예술로......"


장지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눈 천지

한 시간 뒤,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답시 하나 보낸다. 제목은 민트가 정해준 대로."



 못난이 손가락


가장 아팠던 못난이 손가락이 떠났습니다.
드러나면 부끄럽고 숨겨도 아팠습니다.
눈 덮인 땅에 조용히 묻어줍니다.
이젠 더 이상  그 때문에 아프진 않겠지만
그 자리에 새손가락이 생겨나진 않을 테지요.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아있겠지요.


엄마와 아빠 간의 복잡했던 수많은 사연을 나는 잘은 알지 못한다. 다만, 아빠는 엄마의 후회이자 연민이었고, 사랑이자 상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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