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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Aug 19. 2016

혼자

(2008년 벨기에 만화박물관에서 찍었던 사진)


경기도에서 나고 자라, 부산에 온지 언 10년. 괜찮다가도 문득 문득 타지에서의 외로움이 밀려올 때가 있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임신을 하고나면 임산부교실이나 병원에서 친구들이 쉽게 생기는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한 두번 만나는 것으로 사람을 사귀기는 힘들었다. 아기를 낳고 나면 조리원에서 친구들이 쉽게 생기는 줄 알았다. 그렇지도 않았다. 연락하던 두명의 조리원 동기들은 아이들이 6개월이 될 무렵부터 흐지부지 연락이 끊겼다. 문화센터에 다니면 친구들이 쉽게 생기는 줄 알았다. 역시 그렇지도 않았다. 불안감이 많아 울고 보채는 콩이 덕분에 다른 엄마들과는 눈인사만 살짝 하다가 끝났다. 이웃집 아기엄마랑 서로 오가기 시작하며 제법 친한 친구가 될 줄 알았다. 그렇지도 않았다. 워킹맘도 아닌 전업주부도 아닌, 파트타임 워킹맘인 지금 나의 상황이 공감대가 형성되기에는 걸림돌이 되었다. 또래 아들 키우는 이야기를 하며 맞장구 치다가도, 결국에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일하는 시간에는 아이를 돌봐주시는 분이 계시기 때문에 모를 것이라 선을 긋는 발언들이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슬쩍 닫고는 헤어질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속으로 혼자 이야기 했다. 예민한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 비록 내가 일 하는 날은 도움을 받긴 하지만, 함께 육아를 하는 것이 갈등의 요소가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 애 안보는 시간에도 근무지에서 스트레스는 받고 체력을 소모되며, 일이 끝나면 육아와 집안일의 또 다른 전쟁터로 나도 총을 장전하고 터벅터벅 갈 수 밖에 없다고. 그렇게  혼자만의 억울함을 스스로에게 호소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아이가 어린이집을 시작하면 나도 드디어 친구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와 환경이 비슷하고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아기엄마가 없을까?' 하며 나만의 친구 기준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0대 중반에도 친구 사귀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니. 내가 생각하던 어른은 이게 아닌데.

한참 나의 오랜 친구들이 그리워지던 요즘, 갑자기 두 친구로 부터 각각 부산에 오게 되었다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옛친구들이 그리웠던 만큼 신나야 하는데, 어디를 데려가야 할까, 아이데리고 가기 좋은 식당이 어디일까 , 그 날은 여유가 없는데, 그냥 혼자 있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쯧쯧쯧, 혀를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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