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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Aug 24. 2016

춤추는 물의 향연

house of dancing water

몇 년 전, 나는 남편과 언니와 셋이 마카오 여행을 갔었다.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이 있다. 하우스오브 댄싱워터. 그러나 제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 하더라도 ,선뜻 보고 싶지가 않았다. 이유를 묻는다면,

1.나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는데 ,계획을 타이트하게 잡기싫다.

2.웅장한 공연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나는 너무 피곤하다.

3.나는 여행에서 공연을 보기보다는 커피 한 잔 마시며 사람구경을 하는게 더 의미있다.


고 생각했기 때문에 언니와 나는 남편이 졸라댈 때마다 혼자 보고오라며 다독였다.  

남편은 혼자 보겠다하더니, 대신 시티 오브 드림에 티켓사러 같이 가자하였다. 우는 아이 달래듯이 ,"그래 같이 가주마." 하고 길을 나섰다.


시티오브드림과 가까운 베네시안호텔을 먼저 구경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곤돌라에서 뱃사공이 부르는 노래에 귀기울이고 박수를 친다. 그 중 한 뱃사공이 어떤 노래를 부르니 갑자기 모두가 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며 환호성과 박수 갈채를 보낸다. 이방인인 난 그가 국민가요를 부르고 있거나 , 유독 인기인 이겠지 추측만 할 뿐.  낯선 여행지에서의 이런 종류의 이방인 느낌은 과히 나쁘지 않다.

시티오브드림으로 이동했으나 , 공연장은 한참을 가야했다. 공연을 볼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 먼 거리를 따라가고있는 것일까 후회가 밀려왔다. 아마 건물의 일부를 공사를 하고 있는 모양인가보다. 에스콸레이터를 몇 번 오르내리고 건물 밖으르 나갔다가 다시 다른 건물로 들어가고.그렇게 복잡한 길로 공연장에 도착하니 , 공연장 특유의 사람들의 기대 가득한 표정과 설레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팝콘을 사려고 줄 선 사람들을 보니 조금 마음이 동한다. 다행히 만석이 아니라 티켓을 살 수 있단다. 남편은 갑자기 언니와 나에게 "진짜 안볼꺼가? 느그들 후회하는거 아니가?" 라며 슬슬 부추긴다.


우리는 결국 티켓 석장을 거금들여 샀다. 그것도 물세례 많이 받는다는 제일 앞좌석.

맥주와 팝콘을 사들고 좌석으로 가 앉으니, 우리 좌석에는 수건이 놓여져 있다. 옆 분단 사람들은 우비를 입고 있다. 우비는 왜 없나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접 사와야 한단다. 공연시간이 촉박하여 직원이 우비를 가져다주고 우리는 돈을 냈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 배우들은 물과 하나가 된 듯이 움직였다. 맨 앞줄에 앉은 우리는 몇 번이나 와ㅡ탄성을 지르고 꺅!소리를 질러가며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나는 몇 번이나 맨 앞줄을 택한 우리가 현재 임신중이 아님을 다행으로 여겼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치 천장의 샹들리에처럼 배우들이 둥글게 매달려 춤을 추는 광경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실수를 하면 다음 동작이 지장이 있는 고난이도였다. 모두가 고개를 들어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다가, "아...!!!"하는 관객들의 탄성소리가 났다. 실제로 그 순간 배우 한 명이 실수로 물 위로 떨어져버렸고, 공연에 누가 되지 않게 유유히 배영으로 헤엄치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빠진 자리 남아있는 배우들은 , 그 조차도 이미 연습이 된 양 흐트럼 없이 공연을 진행하였다. 아, 그녀는 얼마나 속상할까. 이 어려운 공연을 하기 위해 저들은 얼마나 수 없는 노력을 했을까. 그녀의 실수는 공연을 망친게 아니고 도리어 나는 마음 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 속상하게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그녀를 안아주고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스포일러가 되기는 싫기에 더 이상은 쓸 수가 없다. 다만 시간은 금세 지나갔고 , 돈이 아깝지 않은 귀중한 시간이었으며, 같이 보자고 귀찮게 굴은 남편에게 감사했다.

            (사진발췌: my twin sister N's)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모형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마카오의 여행은 끝을 향해 갔다. 어쩐지 나는 꼭 한번 더 이곳을 다시 오게 될것같다.


밤의  마카오는 신기하다. 호텔들은 전기세가 걱정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들 과하게 번쩍번쩍 조명을 해놨다. 버스나 택시 안에서 보고있자니 멋있다는 느낌은 잠시 , 그 후에는 유치한 느낌도 들고. 마치 내가 작은 미니어쳐가 되어 소인국파크에 온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어폰을 끼고 아무 셔틀버스나 골라 타고 그저 밖을 바라보면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았다.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화려해서. 그러나 복잡하지는 않고 정리정돈이 잘 된 그런 특이한 소인국에 온 종이인형이 된 기분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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