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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Sep 02. 2016

친구J와 그리운 빵냄새

단 한 명의  친구

선택적함구증을 겪는 기간 동안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 하기 전부터 동네 친구가 한 명 있었다.  J는 교회 목사의 딸이었는데 ㅡ우리집 식구들은 기독교가 아니다ㅡ 어떻게 이 아이와 친해졌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교회는 엄마직장 옆이어서 아마 근처에서 노닐다가 친해졌을 것이다. 


J는 우리쌍둥이를 자기 집에 자주 초대했다. J네 교회의 한쪽 구석 골방에서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그 교회에 가는 길에는 빵집이 하나 있었는데 ,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모른다. 그 냄새는 늘 내 맘을 설레이게 했다. 냄새가 좋아서인지 , 하나 밖에 없는 친구와 노는 것이 신나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때 그 좋았던 빵 굽는 냄새는 그 곳 에서 말고는 맡아본 적이 없다. 그 곳에서는 특별한  재료를 넣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른 빵집들의 빵냄새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주로 교회예배당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놀았다.

J도 우리쌍둥이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같은 반이 된 적은 없다. 등하교길에 J를 만나도 나는 철저히 모른척 했다. 말을 시켜도 대답하지 않았다 . 왜 그런거냐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스위치가 꺼진것처럼 저절로 그리 되니까. 결국 J도 학교에서 나를 우연히 만나도 모른척 했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다시 우리는 소꿉친구가 되었다.

만약 J가 나와 같은 반이 되었다면, 나의 학창시절이 조금 달라졌을까 ? 아마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겠지. 조금 마음의 위안은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중등,고등시절 모두 친구들도 사귀고, 고민상담도 해주고, 교환일기도 써가며 평범한 여학생의 모습으로 지냈다. J와는 중학교가 달라지고 엄마직장도 이사를 가면서 서서히 멀어졌다.


선택적함구증을 가진 부모들은 이것을 겪은 아이들이 굉장히 문제있는 아이로 자라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나와 언니의 경우에는 인간관계에 큰 문제 없이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가끔 어떤 상황에 소외감을 쉽게 느낀다거나, 그 소외감 느끼는 순간을 무척 힘들어할 때는 있지만 , 그게 그것과 연관되는지 본래 나의 성격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안에 트라우마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말이다.

나를 사교적이고 활발한 사람으로 보는 친구들은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다. 나의 직업은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고 ,물론 별 문제없이 해나가고있다.


결과적으로 대충 겉보기에는 별문제 없이 자란 셈이지만 , 그래도 내 자식은 그런 일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한결 같을 것이다.



콩도 곧 빵굽는 냄새를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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