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하거든?)
선택적함구증을 겪는 아이들. 다시 말해 '말을 안하는 아이'로 낙인 찍힌 아이의 삶은 힘겹다. "얘는 원래 말 안하는 애야." 수없이 들었던 그 말이 나의 입을 더 앙 다물게 했다.
'원래 안한다니? 나 원래 말 하거든? 여기에서만 안 할 뿐이라고! ' 그렇게 속으로만 외친다.
그러한 일은 비단 학교나 학원 아이들로부터만 겪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가끔 보는 친척들이나 낯선 어른들이 엄마와 대화하고 있을 때도 그런일은 비일비재했다.
"민트야,말 좀 해~얘네는 왜 이렇게 조용해?"
그럴 때 우리 엄마는 웃었다.
"하하.몰라~얘네 원래 사람들 앞에서 말 잘 안하잖아. 지들끼리는 얼마나 시끄러운데"
그 때는 몰랐다. 엄마가 하는 말은 학교아이들이 하는 말과는 다르니까 악의가 있거나 날 비웃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이러하다.
그 때 만약 엄마가
"하하.아니야~지들끼리는 얼마나 시끄러운데. 낯이 풀리는데 시간이 필요해. 곧 잘하게 될거야."
라고 얘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콩은 어느 새 25개월이 되었다. 나는 아직도 콩이 선택적함구증 경향이 있는 것인지 , 단순히 불안도가 높은 것인지는 파악이 안되고 있다. 하지만 짐보리에서 아주 활달하게 잘 뛰어다니는 아이가 되었다. 그러나 덩치가 비슷하거나 큰 아이들이 근처에 오면 여전히 도망가거나, 간혹 울음을 터뜨린다. 어제는 꽤 자주 보던 이웃집 남자아이S가 길에서 마주쳐 반갑게 콩이 이름을 부르며 뛰어왔는데, 콩은 S가 콩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겁을 하며 통곡했다. (콩은 아이들이 소리지르는 것을 잘 못 참는다.)
아이의 엄마가 "에고고,콩이 우는구나~S가 반가워서 그런거야."하고 달랜다.
나는 팔벌리며 우는 콩을 안으며 "콩아.놀랐지?괜찮아. 좋아서 그래. 콩도 집에서는 좋을 때 소리지르잖아."
곧 미안한 맘을 가득담아 이웃집 아이엄마를 향해 이야기한다.
"얘는 아직도 왜 이런가 모르겠어. 좋아지긴 좋아졌는데 ...아직도 짐보리에서 큰 애들만 보면 울고 불고 해. 휴..."
나의 모습과 어린시절 엄마의 모습은 나도 모르는 사이 닮아 있었다. 다시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얘기해야지.
"콩이 아주 많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아이들의 큰소리가 아직 좀 무섭나봐. 시간이 지나면 아마 콩이 S한테 먼저 달려가서 인사할거야. S야,콩이 좀 시간이 걸리네. 조금만 기다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