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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Nov 14. 2016

집에 혼자 가고 싶어.

날 좀 내버려둬.

선뜻 글이 써지지 않았다. 특히 선택적함구증에 관한 것은 더욱이. 글이라 할것도 없지만. 스스로 상처가 힐링 되거나, 무엇인가 깨닫게 될 줄 알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그저 나만 아는 세계에 대한  기억을 나열하는 수준. 그로 인해 나는 잊었던 감정을 떠올리고 다시 우울함을 느끼거나  육아에 대한 고민에 빠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그 때의 나는 왜 그랬던 것일까?

모르겠다. 답답하다. 그래서 또 답답함이 해소 될런가싶어  의미없는 글을 쓴다. 해소되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으면 괴롭힘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호기심에 꼬집어본다. 아파도 찡그리지 않으니 신기하다.또 꼬집는다. 책상에 선을 긋는다. 넘어오지 말란다. 넘어왔다며 꼬집는다. 나는 넘어가지 않았다고 얘기하지 못한다.


콩은 자신이 갖고놀던 장난감을 친구에게 빼앗겨도 울거나 찡그리지 않는다.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엄마..."부르며 날 쳐다본다. "친구가 가져갔구나? 콩이는 그럼 이거 갖고놀자."하고 관심을 돌린다. 만악 옆에 내가 없었다면 콩은 어떻게 반응할까? 집이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식구 중 한명이  갖고있는 물건을 빼앗으면 세상 떠나가게 소리지르고 짜증내고 운다.


낯선이가 많은 밖에서 순둥이 선비의 모습이 되는 콩을 사람들은 칭찬한다. 이렇게 순하네, 이렇게 착하네. 나는 차라리 밖에서도 울거나 표현을 했으면 좋겠다.  표현못하는 스트레스를 집에서 나에게 몰아서 표현하나 싶을 정도로 콩은 많이 울고 보채고 짜증낸다. 물론 짜증만 내는 것은 아니다. 많이 웃기도 한다.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온갖 애교를 부리고 장난친다. 그럼에도 그 짜증의 횟수는 나를 너무 지치게 한다.


콩은 이제 27개월이다.

어른들 보다 아이들 앞에서 긴장하는 것은 썩 나아지지 않았다. 제법 단어들을 붙여 문장을 만드는데, 낯선 이들 앞에서는 수줍어서 영 실력발휘를 못한다.

타고난 성격이라는 것이 유전의 영향이 이리 클 줄은 몰랐다. 수줍어서 얘기를 못하고 입 다문채 억지 웃음 짓는 것을 보면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 귀여움은 잠시 이내 안쓰럽고 속상하다.

길을 가다가 어른들의 "몇 살이니?" 질문에도 대답을 늘 못하고, 집에 와서 내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내면 입이 간질 거렸다는 듯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지른다.

"세 살~!!!세 살~오케이~!!할매.지하철 할매."

그렇게 할매한테 다시 가서 이야기 한단다. 괜찮다고, 다음에 또 물어보면 대답하자.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지만 , 맘 속은 곧 답답하고 불안해진다. 왜 목소리를 안낼까?정말 나처럼 선택적함구증 되는거 아닐까?

그런 나의 고민이 몇 주째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택시 기사님이 "몇 살이니?" 물으니 쑥스러운 웃음으로 날 쳐다보길래 평소와 같이 "콩이가 몇 살이더라? 콩이 집에서 연습많이했지?"하고 부추기니 드디어 그 무거운 입을 떼고 손가락 세개를 들더니 "세.살."대답하고 부끄러워하며 웃는다. 기특한 마음에 나도 활짝 웃는다.


내성적인 아이라면 충분히 있을법한 일인데, 나는 나의 과거와 연관지으며 작은 일 하나에도 불안하거나 행복하다. 엄마의 불안함이 전해질까봐 아무것도 아닌척, 쿨한 척 가면을 쓰지만 그 가면이 눈치빠른 콩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내 짝꿍이었던 Y는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쉬는 시간에는 내 책위에 과자를 가득  쏟아놓고 먹으라한다. 먹기 싫지만 어쩔수없이 책상 서랍에 넣고 선생님 몰래 먹는다. 수업이 끝나면 내 신발주머니를 들고 , 우리집과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자며 내손을 아프도록 꽉 잡는다. 탁구부였던 Y의 손은 늘 거칠거칠했다. 잡기 싫다. 아프다. 혼자 가고 싶다.  


콩도 혼자가 좋은데 , 굳이 아이들을 부딪히게 해야할까?예전에 발달센터에 문의했을 때 , 그 원장님은 콩이 계속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많은 상황을 꾸준히 겪게끔 열심히 데리고 다니라고. 어린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부딪힌다고 크게 달라질것도 없는데, 끊임없이 그런 상황들을 겪게해야할까?나는 오늘도 이웃집복도에서 안들어간다고 울어대는 콩을 보며 혼란스럽다. 간식도 장난감도 다 필요없다고 친구집에는 들어가기 싫다고 집에가자고. 그런 콩을 내가 억지로 그 집에 들여보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나의 고민은 주변 사람들이보면 하찮다.

"부끄러우면 그럴 수 있지. 나이먹으면 나아지겠지."

나도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싶다. 내가 어린시절 그런일을 겪지 않았다면 나도 쉽게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걱정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내가 해줄 수 있는일을 생각하자. 나의 결핍은 무엇이었을까.


 자신감 심어주기, 덜 불안해 하는 환경에서 불안요소 서서히 접하기, 분리불안 극복 하기, 애착형성에 힘쓰기, 아이 감정 읽어주기. 워킹맘으로서의 공백을 메꿔주기. 내가 더 힘내고 밝아지기. 사랑한다고 많이 이야기해주기.

요즘 굉장한 인형홀릭에 빠져있다. 하루 종일 인형놀이를 해달라하는데 각기 목소리를 다르게 하다보니 보통일이 아니다. 이러다 성대결절이 오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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