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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Nov 24. 2016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

"발을 동동 거린다고 변하는 것은 없어. 그럴 때는 그러려니 ~하고 그냥 지나가는게 아이에게도 더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냐?"

커다란 상추쌈을 입안에 구겨넣으며 엄마가 말했다. 엄마의 생신기념 모임으로 사위가 고기굽기 실력을 뽐내고있다.


"물론 상처없이 크는 아이들은 없지. 근데 아이성향에 따라서 그 상처가 계속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어. 예민한 아이일수록 더 그렇고. 애착이 불안정 할수록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것같아."

아이 셋을 키워본 엄마의 입장에서 이제 겨우 3년 한 아이만 키운 나의 대답은 하찮아진다. 콩이  예민하고, 늘 잠을 푹 못자고, 쉽게 불안해 하는 성향을 엄마도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엄마는 시원하게 남은 맥주를 들이키며 쿨하게 말한다.

"나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거야. 내가 바쁘고 상황이 안되는데 어떡해? 동동거려봤자 애들만 불안해 지는거야."

나는 나의 마음 속 온갖 할 말들을 꾹 참고 맥주를 벌컥 마시다가 이내 보란듯이  한마디 내뱉었다.

"아니.나는 절대 반복하지 않을거야. 다시 콩이 태어나던 때로 돌아간다면 ,일 관두고 혼자 아이 키울래."


엄마에게 나를 잘못 키웠다는 소리를 듣고싶은 것은 아니다. 엄마의 결론은 늘 결과론적이다. 어릴때 평범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 문제 없는 성격의 전문직을 가진 여자'로 잘 컸다. 엄마는 잘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있다. 물론 엄마도 바쁜 와중에 아이셋을 키우느라고 힘들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엄마에게 고마운 점이 많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이라도 듣고 싶은 한마디는  

"그 때 외롭고 불안했을텐데, 관심을 충분히 못가져줘서 힘들었지? 미안하다."


단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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