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낙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코끼리 May 14. 2017

캘리그래피 시작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 파트타임 일이 없는 요일 오전 중 꼭 하고싶은 일이 몇 가지 있었다.


혼자 커피타임 즐기기

캘리그래피 배우기

영어회화 배우기

운동 한 가지 배우기

책읽기

등등.


그러나 정작 아이 없는 시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초반에는 의욕있게 집안일을 했다. 애가 없을 때는 시간이 이렇게 효율적이라며 감탄을 마지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문화센터 캘리그래피 강의를 등록했다. 첫 두 번의 강의는 놓쳤지만 별 수 없었다. 잘 할수 있을것 같았다.


첫 시간은 서예붓으로 ㄱ,ㄴ,ㄷ,ㄹ,ㅁ,ㅂ,ㅅ을 썼다. 내가 평일 이 시간에 이러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즐거웠다. 두번째 시간은 ㅇ,ㅈ,ㅊ,ㅋ,ㅌ,ㅍ,ㅎ를  썼다. 집중이 안됐다. 세번째 시간은 가,나,다,라를 썼다. 지루했다.


점점 초심을 잃었다. 옆에서 경력자들은 수채 캘리그래피, 붓펜, 그림을 섞은 캘리그래피, 나만의 싸인만들기 등 휘양찬란한 작품들을 만들고, 하하호호 서로 예쁘다며 격려했다.


단어, 가로선 강조, 세로선 강조를 거쳐 문장이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ㄱ,ㄴ,ㄷ할 때는 창의력을 발휘하라 하시더니 , 막상 자음과 모음이 합쳐지고 나서는 내 글자의 기울기가 잘못 됐다, 선의 굵기가 이상하다, 글자 간격이 안예쁘다며 지적만 하셨다. 나는 아직도 캘리그래피를 전혀 모르겠다. 창의력이 필요하지만 누가봐도 예쁜 기준은 있고, 나의 오랜 글씨체 습관이 나오면 안되고...내 마음은 이걸 계속 해?말아? 갈등의 순간을 계속 마주했다.  


그러나 결국 다음 학기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캘리그라피 연속수업을 등록하였다. 솔직히 잘해보고 싶다는 의욕 때문만이 아니었다. 기초만 배우고 그만 두자니 내 가방 안을 꽤 무겁게 차지하는 붓, 먹물, 연적, 문진이 너무 무색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한 엄마가 될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