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잘하고 있어요
준비하던 일이 난관에 부딪혔다. 며칠 동안 불안하고 한숨이 계속 나왔다.
그러다가 문득, 그래도 나는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어쩔 수 없다. 지켜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Let it be.
단, 시간이 날 때마다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울한 시즌이 아니기에, 근래의 내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맘의 여유도 생겼다.
바쁜 와중에 생애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 이건 정말이지, 칭찬받을 일이다. 나는 운동과 정말 친하지 않은 사람이다.
필라테스 수업을 5회째 받은 날, 나는 이 운동을 하면서 나의 굽고 굳은 척추가 조금이라도 펴질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내 나이에 비해 심하게 휘어지고 경직됐던 등허리가 뛸 듯이 기뻐하고 있다. 직업병탓도 있겠지만 어린시절부터 갖고 있던 척추분리증과 일자목 그에 따른 만성 어깨,목 통증. 나와 십수 년을 함께 한 지긋지긋한 것들이 천천히 호전되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관대해졌다. '힘들면 게을러지자.' 아무리 되뇌어도 할일은 해야하고, 시간은 버릴수 없던 나인데, 난 이제 꽤 게을러졌다.
가령, 아이에게 사먹이는 음식의 비율이 전보다 조금 늘었다. 파트타임 하는 시간동안에는 내가 아이를 못봐주니, 일을 안하는 시간에는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애를 챙겨야만 할 것 같았다.
허나, 나는 치열하게 챙기기는 커녕, 치열하게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다. 부엌일을 할 시간을 안주고 늘상 껌딱지같이 붙어있기를 요구하고 짜증내는 아이를 향해 나는, 제발 할 일좀 하자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아이에게 얼마나 집밥을 해주느냐가 좋은 엄마냐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것은 분명 아니다.
어쨌든 집밥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나는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마인드컨트롤이 예전보다는 잘 되는것 같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을 때. 우울의 늪에 빠져있지 말고, 한 발 물러나 나 자신을 칭찬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와 모두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캘리그라피 문구를 향초에 넣어보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