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숙성해 온 것처럼
오늘 제주에 주문한 유기농 청귤이 도착했다.
아이는 계란밥을 먹어가며 노래 부르며 혼자 즐거운 사이 나는 5kg 설탕과 빈 병, 청귤을 꺼내 준비하고 청귤청 담글 준비를 한다.
좀 있으면 집 거실에 청귤향이 그득하겠지.
7년 전에 담근 매실청이 바닥을 보인 건 얼마 전이었다.
결혼 전 영은이 만든 매실청, 내가 요리해서 참 잘 먹었어
남편이 말했다. 매실청을 담글 때만 해도 그가 이 매실청을 쓸지, 또 이토록 오래 쓸지 몰랐다. 한창 삼성과 삼성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교섭으로 긴장이 높았고, 회의 후 답답한 마음 식히려 근처 남성 시장을 휘휘 돌다 매실청을 사 온 터였다. 오래된 주택에 정리안 된 사무실 앞 마당이었지만, 봄빛이 따사했던 날, 수돗물 시원히 틀어 매실을 씻었다.
전자산업 여성 건강권 모임이 있던 날이라 각종 암을 앓았던 전직 삼성 여성 노동자 몇이 사무실 마당 평상에 앉아있었다 "어머, 매실청도 담그고!" 어렵게 가진 아이가 이제 기저귀를 떼고 한창 재롱이라는 얘기며, 그땐 정수기 하나 없던 휴식실에 이젠 정수기도 있다던데? 이야기 들어가며 잘 말라가는 매실을 종종 쳐다봤다.
영은 씨 시집갈 때가 다 됐나 봐!
삼성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님의 어머니가 한 마디 했다. 그러고 그 해 가을 반올림에서 만난 이와 만나니 세 번 만에 '이만하면 됐어' 싶어 결혼하게 된다. 그 부케는 어려운 농성이 잘 풀리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혜경 씨에게 건넸다.
잘 마른 매실은 택시까지 타고 옮겨와 설탕과 함께 장독에 담겼고 자취방 보일러실에서 숙성됐다. 장독에서 꺼내진 매실을 유리병에 옮겨 신혼집으로 또 아이 낳아 기를 집으로, 최근엔 새 집으로 옮겼다. 이제 작은 한 병에 담겨서. 그리고 얼마 전 똑 떨어졌다. 요리 담당인 남편이 요리조리 잘 썼고(구체적인 쓰임은 모른다), 배앓이에 약으로 쓰이고, 겨울차로 마셨다. 매실청은 그렇게 잘 쓰였었다.
매실청을 담가 먹었던 7년 동안 나와 반올림은 같이 잘 숙성되었다.
청귤청을 담그며 이건 마음 좋은 종란 줘야지, 이건 똑똑한 상수 씨 줘야지, 이건 든든한 강산 줘야지. 생각한다.
청귤청을 담그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