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은 Sep 17. 2023

머리에서 가장 먼 발길까지의 여행

20대 때, 목표로 한 시험 준비로 바빴다. 그러면서도 잠시라도 여유가 있을 땐 여성, 이주노동자, 탈북자 단체를 찾았다. 이력서를 쓸 곳과 방향이 다른데도 인권단체 활동은 소중한 경험이기에 빠뜨리지 않고 썼다. 면접에서까지 당당했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취업에서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데, 활동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벅차기도 했고 따뜻했다.  그즈음 식은땀을 흘리며 밤새 잤고, 우울증 수치는 120이 넘었고, 잠영하다 수면 위로 안 나왔으면도 했다. 좌절과 실패가 잦은 세상밖보다 평온한 물속에 계속 있고 싶었다. 


머리와 마음과 발길이 어긋난 내게 엄마는 말했다. 


차 조심해라. 사고날라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된 신영복 선생님의 강연에서  '머리에서부터 발까지가 가장 긴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내가 왜 이리 고단한지 알게 되었다. 


머리와 내 발길이 사뭇 달랐으니, 

끝날 줄 모를 이 여행이 

험난할 수밖에.


너의 현장은 어디냐 


발길을 따라간다 하더라도 이 질문에 답하긴 어려웠다. 잠시 짬을 내어하는 자원활동으로 내가 발붙인 현장이라 하기엔 부족하고, 당사자도 아니고, 마음은 뜨겁기보다 차갑고

나에게 현장은 어디일까.  

30대 때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청귤청 담그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