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목표로 한 시험 준비로 바빴다. 그러면서도 잠시라도 여유가 있을 땐 여성, 이주노동자, 탈북자 단체를 찾았다. 이력서를 쓸 곳과 방향이 다른데도 인권단체 활동은 소중한 경험이기에 빠뜨리지 않고 썼다. 면접에서까지 당당했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취업에서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있는데, 활동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벅차기도 했고 따뜻했다. 그즈음 식은땀을 흘리며 밤새 잤고, 우울증 수치는 120이 넘었고, 잠영하다 수면 위로 안 나왔으면도 했다. 좌절과 실패가 잦은 세상밖보다 평온한 물속에 계속 있고 싶었다.
머리와 마음과 발길이 어긋난 내게 엄마는 말했다.
차 조심해라. 사고날라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된 신영복 선생님의 강연에서 '머리에서부터 발까지가 가장 긴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내가 왜 이리 고단한지 알게 되었다.
머리와 내 발길이 사뭇 달랐으니,
끝날 줄 모를 이 여행이
험난할 수밖에.
너의 현장은 어디냐
발길을 따라간다 하더라도 이 질문에 답하긴 어려웠다. 잠시 짬을 내어하는 자원활동으로 내가 발붙인 현장이라 하기엔 부족하고, 당사자도 아니고, 마음은 뜨겁기보다 차갑고
나에게 현장은 어디일까.
30대 때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