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6일간의 여행이라면

by 권영은

새벽 5:57 호텔밖 창도 이렇게 밝았다. 남은 여행 시간이 아까워 대강 모자만 쓰고 밖을 나섰다. 첫 차를 타러 가는 길, 대만 현지인도 아직은 이른 지 한적했다. 집이었더라면 눈만 뜨고 누워있을 시각, 다시 잠들었을 시각, 다다오청의 아침 시장을 보러 나섰다. 불과 지난주 토요일 일이다.

다른 날, 다른 방 아침 사진

아침인데 3대가 조식을 먹으러 나서는 장면을 봤다. 나도 그곳에 앉아 동화되고 싶었지만, 그쪽으로 비치는 햇살이 강해보이 기도 했다.

전전날 가본 절은 닫혀있었다. 오래된 동네 하나하나의 역사가 있을 텐데, 이른 아침, 중국어 간판으로는 과거도 오늘도 짐작하기 힘들었다. 주말이어선지 너무 일러선지 안내받은 아침장은 없었다.

석양이 예쁘다는 곳으로 향했다. 자전거 몇 대가 같은 곳을 찾는지 헤맸고 같이 따라가다 벽화가 유명한 강변에 이르렀다. 마라톤을 제대로 하는 이들이 힘차게 달리고 구령하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다다오청은 마라톤 장소이지 관광지는 아니었다. 마라토너도 석양을 즐기는 이도 아닌 채 어정쩡한 아침 얼른 숙소로 복귀했다.


호텔 조식을 먹고, 호텔 수영을 즐겼다. 오래된 호텔이라 여행 느낌이 크게 나진 않았다. 한국에선 챙겨 먹지 못하는 아침을 대만식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 아이 수영 픽업엔 종종거려도 내 수영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한국과 달라 만족스럽다는 점,

나는 그곳에 잠시 살고자 했다.

전낭 아침 큰 공원을 지나갔던 길도 인상 깊었다. 요가하는 이들, 태극권 하는 이들이 많았다. 주말이라 요가 행사를 제대로 하며 음료 헤드폰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휠체어 탄 이들 걸음이 불편한 이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노인 비율이 높거나 보행 장애자도 바깥출입이 많아 보였다. 새 탐조에 열심인 이들도 대게 나이가 지긋했다. 여행지 사진이라며 출장 사진이라며 엄마 아빠에게 신나게 전송하던 사진을 이번엔 망설였다. 나에겐 좋아 보이는 모습이 같은 나이의 부모에게 어찌 보일지 걱정됐다.


동경의 도시가 아닌 나이 들어가고 살아가는 도시 타이베이를 그렇게 여행했다. 두고 온 것 같아 다시 가고 싶기보다 그만큼 살다 온 것 같다. 축약된 내 삶의 방식이 선호하는 무언가가 보이고 걱정되고 회피하고픈 점도 헤아려졌다.


내 묘비는 “이만하면 됐다” “이만하면 충분했다” 로 적으면 좋겠다.

돌아온 한국의 아침, 핸드폰만 만지작 거린다. 삶이 무한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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