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에 대하여

by 권영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국공립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했다. 돌봄이란 용어가 낯설기도 했고, 교육기관이 돌봄을 어찌 생각하는지 모른 체.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먹이고 아이 기분을 살피고 흡연자가 없는지 유아차가 갈만한 인도인지...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싶을 만큼 돌봄이 세세한지도 모른 체.


누군가를 돌본 지 9년 동안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또한 원했다.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멍하기도 하고 애달프기도 하고. 나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고 맛있는 걸 주고 좋은 데 데리고 가고 편히 자게 하고. 일하는 엄마는 간간히 출장에서 그런 시간을 누린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게도 해외 출장은 더욱 소중하였다.


6월 대만 출장에 이어 9월 방콕 출장이 또 잡혔다. 필리핀까지 이어질 위기? 다. 혼자서 일만 하는, 나만 생각하는 출장이 지난번엔 그리 좋더니, 이번에는 아이를 데려갈까 궁리 중이다. 며칠 전 힘들어~ 라며 아이 앞에서 펑펑 울어서일까. 그 아이가 내 옆에서 나를 토닥여서일까. 돌봐주는 아이가 내 곁에서 함께 일하고, 누리고, 서로 돌봐도 좋겠다 싶었다. 지금처럼 몸과 마음이 약해졌을 땐.


3:20 피아노에서 지역아동 돌봄 센터로 혼자 걸어 도착했을 시각. 센터 도착 문자가 도착했다. 5:10이면 센터에서 저녁도 준다. 숙제도 하고 프로그램도 하고 또 빵도 얻어온다.


늘봄, 돌봄, 지역아동센터. 그 모든 걸 참으로 열심히 알아보고 최대한 이용하며 스스로 돌보고 있는 아이이다. 덕분에 나를 돌볼 여유가 생겼다. 나물 반찬에 밥을 챙겨 먹고는 저녁에 거실에 누워 한숨 잤다. 아이도 덩달아 자고.


우리의 돌봄은 이렇게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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