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 <죽은 다음> 책을 펼치며
38도 역대급 더위에 꼼짝 앉고 집 근처만 맴돌며 책을 읽었다. 경제 계급에 따라 여름도 다르다는 글귀가 뜨끔하게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에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더운 바람 쐬지 않고서. 세종호텔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 중인 고진수 님께 하염없이 미안해하면서도. 책 곳곳에 성별 경제 정치 문화 시대적 다양한 죽음을 얘기할 때 나의 위치를 계속 따져보게 되었다.
검정 속지에 숨겨둔 듯 은색으로 적어둔 “반올림에 다정함을 담아 “라는 희정 작가의 사인은 책을 다 읽고서 발견했다. 사인 없이 안 보내줬어도 사 읽었을 책이다. 책은 역시나 익숙하게 또 새로웠다. 새로운 이슈를 인터뷰로 다루다 독후감인지 논문인지 수필인지 역사서인지 막 깊이와 너름에 한창 빠지다 보면 결국엔 희정 작가의 르포르타주 전말이 드러난다. 2세 산재와 생식독성 문제를 다룬 <문제를 문제로 만든 사람들>도 그랬더. 우리 책을 쓴 작가여서가 아니라도 그간 놓친 사회의 중요한 면을 길러 올리는 르포르타주 작가로 탁월하다.
반올림으로서는... 나로서는... 친근한 작가가 또 익숙한 죽음이라는 주제로 책을 냈으면 모른 체 하긴 힘들다. 작가가 간간이 던진 안부가 이렇게 책으로 나오고 보면, 아무리 가까워도 결코 다 파악 못할 스케줄과 생각과 만남들이 있겠다 싶다. 제목의 무거움에 두려운 마음을 겸비하고 읽어 내려간 게 불과 이번 주말이었다. 글씨체도 크지 않고, 또 한참을 들어내고도 이만큼인 책 페이지고 두껍기만 한데도, 한 권을 금방 읽었다.
반올림 후원주점으로, 또 얼마 전 후원카페를 해 익숙한 공간 <채비>에서 북토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숙명을 느끼면서.
책 펼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할 말이 많아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