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은 Oct 05. 2023

명절보단 일상

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추석에 백년손님 며느리가 되는 것도, 평등한 가정을 유지하는 것도, 미운 시누이가 되지 않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며느리가 백년손님 사위처럼 되려면 나만 설거지 안 하고 전 부치지 않고 쉬면 그만도 아니고, 남편도, 시가도 따라야 한다.


평등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사위가 설거지 요리에 나서면 장인(이 용어도 쓰지 말아야 한다. 아버님. 어머님으로 대체) 이 말리지 말아야 하고, 장모가 멋쩍어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도 엄마만 찾지 말고 아빠랑도 잘 놀아야 한다.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나이차가 있다) 일을 시켜도 딴 사람들이 발끈하지 말아야 한다. 


미운 시누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명절 노동에 우선 나서는 것 말고도, 가부장적인 부모와 목소리 큰 오빠에 맞서야 한다. 며느리 역할을 잘 하든 못 하든 해내려는 언니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려야 하고. 

가지고 간 책 보다 멀리 바다를 본 명절, 집보다는 바다가 좋더라. 

명절에 나는 가족각본 책을 나의 투쟁 동력 삼아 가지고 갔다. 며느리의 역할과 용어의 정립이 거의 신화라는 사실에 놀랐고.. 누구를 위한 맹신이었을까 생각했다. 찬찬히 더 읽지 못한 건 실전이 펼쳐지는 탓에 휴전 시에는 푸른 바다 쳐다보며 쉬었다.  * 책 리뷰는 따로 하려 한다. 

딱 저 위치가 좋다! ^^

남편은 내가 추천해 준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를 꼬박 다 읽어냈다. 그리고는 '반성한다'라고 했다. 7년 만에 제대로 된 우군을 만난 것 같아 반갑고 든든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이제야! * 책 리뷰는 따로 하려 한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아이의 등원, 일, 텃밭, 운동 등등 여전히 빡빡했다. 그런데도 한가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참으로 편한데, 저기 산책하는 이들 마트 장 보는 이들, 텃밭에 추비 하러 온 이들 모두의 마음까지도 그래 보였달까.  

명절 보내고 와서 배추와 무에도 비료를. 나에게도 기운을!

안 그래도 명절을 앞두고, 다산인권센터에서는 "평등한 한가위 보내세요"라는 인사문자를 보내왔다. 정치하는 엄마들에서는 "평. 등. 한. 한. 가. 위" 명절 노동착취 하며 "돌봄과 살림으로 쉴 새 없이 애쓰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평등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인사를 보내왔다. 볼 수록 맘에 드는 문구라며 웹자보까지 만들어 공유했다. 

정치하는 엄마들 명절 인사 웹자보

그리고 이런 대화 모임도 있다. 주제가 "나의 명절 연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라니! 참여 안 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모임입니다. 이 땅의 차별받는 여성들, 함께하세요! 

매주 열리는 정치하는 엄마들 대화 모임 


작가의 이전글 어디에나 있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