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추석에 백년손님 며느리가 되는 것도, 평등한 가정을 유지하는 것도, 미운 시누이가 되지 않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며느리가 백년손님 사위처럼 되려면 나만 설거지 안 하고 전 부치지 않고 쉬면 그만도 아니고, 남편도, 시가도 따라야 한다.
평등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사위가 설거지 요리에 나서면 장인(이 용어도 쓰지 말아야 한다. 아버님. 어머님으로 대체) 이 말리지 말아야 하고, 장모가 멋쩍어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도 엄마만 찾지 말고 아빠랑도 잘 놀아야 한다.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나이차가 있다) 일을 시켜도 딴 사람들이 발끈하지 말아야 한다.
미운 시누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도 명절 노동에 우선 나서는 것 말고도, 가부장적인 부모와 목소리 큰 오빠에 맞서야 한다. 며느리 역할을 잘 하든 못 하든 해내려는 언니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려야 하고.
명절에 나는 가족각본 책을 나의 투쟁 동력 삼아 가지고 갔다. 며느리의 역할과 용어의 정립이 거의 신화라는 사실에 놀랐고.. 누구를 위한 맹신이었을까 생각했다. 찬찬히 더 읽지 못한 건 실전이 펼쳐지는 탓에 휴전 시에는 푸른 바다 쳐다보며 쉬었다. * 책 리뷰는 따로 하려 한다.
남편은 내가 추천해 준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를 꼬박 다 읽어냈다. 그리고는 '반성한다'라고 했다. 7년 만에 제대로 된 우군을 만난 것 같아 반갑고 든든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이제야! * 책 리뷰는 따로 하려 한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아이의 등원, 일, 텃밭, 운동 등등 여전히 빡빡했다. 그런데도 한가하게 느껴졌다. 마음이 참으로 편한데, 저기 산책하는 이들 마트 장 보는 이들, 텃밭에 추비 하러 온 이들 모두의 마음까지도 그래 보였달까.
안 그래도 명절을 앞두고, 다산인권센터에서는 "평등한 한가위 보내세요"라는 인사문자를 보내왔다. 정치하는 엄마들에서는 "평. 등. 한. 한. 가. 위" 명절 노동착취 하며 "돌봄과 살림으로 쉴 새 없이 애쓰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평등한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인사를 보내왔다. 볼 수록 맘에 드는 문구라며 웹자보까지 만들어 공유했다.
그리고 이런 대화 모임도 있다. 주제가 "나의 명절 연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라니! 참여 안 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모임입니다. 이 땅의 차별받는 여성들, 함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