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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Oct 24. 2023

나의 노동인권교육(2)

종이 쳤네요. 이어서 해볼까요? 전공이 뭐죠? 외식 베이커리, 경찰행정, 자동차, 일본어관광.. 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졸업 후 취업하거나, 진학하여 더 공부하다 일을 할 수도 있겠죠. 여러분들이 바라는 좋은 일을 한 번 찾아봐요! 


조를 다시 만들어서.. 이야기를 나누어봐요. 노동관계, 임금, 문화 등은 어떠하면 좋을지? 정답은 없어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나는 왜 이게 좋은지 이야기하고 들어보면 좋겠어요. 


칼퇴하고 싶다고요? (경찰행정) 안정적인 고용과 위계적인 문화를 원한다고요. (애니메이션) 업계최고 연봉에 주 4일 근무! 우와.. 정말 좋네요~ (외식 베이커리) 전문 계약직 이길 바란다고요. 대전의 성심당이 어떤 점이 좋은지 들어보셨죠? 네 각자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는 다를 수 있어요! 과마다 좀 다르긴 하네요! 


어떤 일이었으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길 바라요! 모두들 원하는 일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하면 좋겠고요. 


아프고, 다치지 않으면서요! 

왼쪽에 계신 분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한 김용균 노동자예요. 비정규직을 없애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었네요. 안타깝게도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돌아가셨어요. 어두운 곳에 핸드폰으로 불을 비추며, 동료도 없이 위험한 작업을 홀로 일하다가요. 


구미에 살던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님이 얼마나 황망했을까요. 그런데도 다른 자식들은 죽어선 안된다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정규직 전환, 위험의 외주화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거리에 섰어요.


제가 활동하는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 님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고 산업재해 인정을 위해 활동을 시작하게 된 단체예요. 여러분들과 비슷한 나이에 속초에서 삼성으로 일하러 간 건강했던 딸이 일한 지 1년 6개월 만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택시 운전기사인 아버지 황상기 씨가 삼성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죠. 오른쪽 사진은 삼성본관 앞에서 행진한 장면인데, 피해자가 길게 늘어섰어요. 


내 몸을 보호하기보다, 반도체를 보호하기 위해 입은 옷, 방진복 코로나로 많이들 익숙해졌겠지만, 삼성 백혈병 문제를 알리려 참 많이 입었어요! 반올림 활동으로 삼성 대기업에서도 노동자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과 노동자에겐 알 권리가 중요하다는 경각심이 생겼죠! 아프로 다치면 당연히 보장될 줄 알았던 산재보험이 실은  산재로 인정받기 힘들다는 것도 알리고 제도가 변화해야 한다고 힘을 모으고 있죠.

사진 한 장만 더 보여드리면요.. 가족 중 누군가가 일하다 다치거나 세상을 떠난 이들이 "우리와 같은 아픔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으로 산재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을 만듭니다. 단돈 500원짜리 안전센스 하나 달지 않아서, 둘이서 일해야 할 것을 한 명이 일하게 해서,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주지 않아서, 노동자에게 자신의 몸을 보호할 교육보다 빠르게 생산하는 방법만을 가르치기 바빠서.. 어리다고 비정규직이라고 여자라고 차별받고 다치고 아프고.. 상처가 클 텐데 <다시는>이라는 마음으로 기자회견, 토론회, 인터뷰, 단식농성 등등 활동해 나가십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했으면 하는 마음. 진심이 여러분에게 전달되길 바라요. 


노래 한 곡 듣고 계속해 나갈게요.   


https://www.youtube.com/watch?v=OXQm3euOMCw 

하림 - 그 쇳물 쓰지 마라 | 다큐인사이트 전태일 50주기 특집 “너는 나다” (KBS 201112 방송)

저는 포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는데요. 포항은 포스코가 있는 도시로 유명하죠. 학교에서 수업 중 간혹 선생님이 친구를 조용히 불러낼 때가 있어요. 가방을 가지고 나간 친구가 며칠 등교를 안 하고. 그즈음 포항 MBC 방송을 진행하던 손석희 아나운서가 포스코 산재 소식을 짧게 전했죠. 


이  노래는 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긴 전기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고에 관한 노래예요. 시인 제페토가 쓴 글에 가수 하림이 곡을 붙여  산재 사망사고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상징적 곡이 되었어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 친구가 떠올라요. 우린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본 적도 그 아이의 슬픔을 나눈 적도 없이 산재는 낯설었는데, 사실 가까이 있었던 거예요.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잠시 가다듬고 수업 마무리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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