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존재하는 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시월의 마지막 날

159개의 별이 된 이들을 추모합니다.

by 권영은

2023.10.29

잠이 든 아이의 발을 만지다 내일 아침엔 이 따스함을 못 느끼게 되면 어쩌나 겁이 덜컥 난다. 어릴 적 옆방에서 자는 엄마 아빠가 갑자기 안 일어나면 어쩌나 별스런 걱정하던 때 같다. 세상에 사라져선 안 되는 소중한 존재에게 드는 마음 같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159개의 별들에게 추모하고 온 날이라 더욱 그런가 보다.

가을날이 좋아 더 슬픈 날입니다. 더 살지 못한 안타까움을 담아 더 살 수 있는 세상 만드는데 함께 하겠습니다. 안식을 빕니다.



10.30

"하느님이시여 조율 한 번 해주세요." 노래를 기원처럼 올리던 한영애 가수의 노래가 아직 맴돈다. 월요일 아침 추모제에서 진행한 서명운동을 기사로 쓰고 영상을 만들었다. 어젠 추모제가 있었던 서울광장에서 또 다른 죽음이 있어선 안 된다고,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추모제에 온 시민분에 서명을 부탁했다. 다들 기꺼이 동참해 주셨다.

생명안전행동은 추모제에 참석하러 온 시민으로부터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법안 반대 서명을 받았다.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게를 외쳐야 하는 세상이다.

산에 올랐다. 단풍이 한창이다. 공원 어디든 둘러봐도 좋은 이 풍경. 찬란해서 슬프다.

안양예술공원, 아이 친구 엄마랑 등산 후 산책

10.31

내일 아이를 좀 일찍 하원할 예정이다. 킥보드 타고 산책 가자 했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노래를 신나게 불러댄다. 노래만큼 쾌활한 단풍놀이가 될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기억하며 추모하며 보낼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소중 여기면서.

유치원에서 낸 등산 미션을 수행하고 받아온 선물, 친구들과 그린 곤충을 커다란 손수건에 담아왔다. 작고 소중한 것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최고의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