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후
산을 좋아하게 된 건 이때였다. 대학교 졸업을 막 하고 막연할 때 조금만 마음 맞는 친구들과는 얼마든지 어디든 갈 수 있을 때, 도봉산에 올랐다. 시작은 계곡에서 수박 먹고 오려했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더 좋은 곳 있다는 등산객의 꼬들김에 넘어가
운동화에 반바지 입고 정상에 올랐다. 처음이라 너무 좋았고 매일 이 풍광을 보는 이가 부러웠다.
이후 등산화에 등산가방도 샀고 답답할 땐 김밥 한 줄 넣고 산에 갔다. 도봉산역에만 내려도 좋았고 늦게 출발해도 좋았다. 혼자도 좋고 친구랑도 좋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천둥이 쳐도 좋았다.
거실에서 산을 내다보다 가방을 황급히 싸서 나왔다. 산바람, 청설모, 낙엽, 약수, 카페, 계곡이 있는 곳으로 나오는 게 가을날 최고의 하루라는 걸 안다. 이 글을 쓰는 자리, 여름 내 물놀이한 즐거움도 여전하다.
이 가을을 사랑해야지. 이 순간을 기억해야지. 내일 또 와야지.
묵 양념장에 참기름, 텃밭에서 따온 상추, 오징어무생채로 마무리!
그나저나 이제 오후 한 시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