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쯤 불현듯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공연을 예매했다. 아침 아이랑 놀아주고 밥 챙겨주고 등산도 하다 남편과 아이가 있게 하고 부랴 공연장에 갔다. 하원길에서 보다 친해진 아이 친구 엄마도 비슷하게 부랴 준비해서 왔다고 한다. 그래도 향수도 뿌리고 치마도 입었다. 아이가 어려 클래식 공연을 남편과 함께하긴 어려워진 것이다. 충분히 즐기고 왔지만 모처럼의 혼자만의 외출이라 피곤했다.
아이가 자야 비로소 자유의 시간이다. 아이가 선별해 온 동화책 두 권도 읽었고 인형도 재웠고 스누피 등도 켰는데 곧 잘듯했던 아이가 화장실 가고 싶다 한다. 같이 가 달라는 걸 혼자 억지로 보냈는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그림을 그리고 싶단다. 혼자 일하던 아빠마저 심심했던지 그러라. 한 모양. 지금 안 자면 다신 안 재워줄 거라는 나의 엄포에 못 이겨 침대에 와선 오열을 하는 아이. 세상 너무 슬퍼한다.
혼자서 잘 거라 다짐하고 가선 결국 내 방에 살며시 들어와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아이. 진심 어린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건데 나는 그리 해 본 적도, 제대로 사과를 받을 줄 모르고 모른 척하고 자버렸다. 처음이었고 후회한다.
엄마에게 외면받고 섭섭했을 아이는 오늘 일어나자마자 방에 와 내 옆에 누웠다. '어제 엄마가 화내서 아빠랑 잤는데 좀 힘들었어' 라며 '엄마 마음이 풀렸을 때 주려했어'라고 "엄마 사랑해" 하트가 그려진 편지를 주는 아이. 꼭 안고 미안하다 사과했다.
내가 화내서 무서웠다단다. 엄마가 배도 고프고 잠도 못 자 화를 낸 것 같다고 하니 '오늘은 밥을 열심히 먹고 잠도 잘 자라' 한다.
아이는 내가 잘 동안 혼자서 비며 놓은 밥 한 그릇 저녁으로 먹고, 개수대에 가져다 놓고, 보던 영상 끄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사과 씻어 먹고 스스로 씻고, 목 베개 끼고는 내 옆에 누워 호흡을 맞춘다. 이내 잠든 아이.
태어나기 전부터 덮던 담요 덮어주고 한참을 쳐다보다 토닥토닥해준다.
사랑한다. 내 최고의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