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은 Aug 29. 2023

함께 가되 혼자인 여행

- 이런 여행을 꿈꿉니다.

주말, 간단히 그리고 빠르게 주먹밥과 아이 음료와 우리가 읽을 책을 챙겨 들고 집에서 가까운 상상캠퍼스로 향했다. 


남편이 캠핑 의자에 느긋히 앉아 책을 읽는 사이 나는 아이와 라탄 공예 수업을 들었다. 라탄 수업은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거였고,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할만하겠다 싶었다. 나는 짐이 되어 발리에서 사 오지 못한 라탄 등을 만들게 되었고, 아이는 사탕바구니 할 거라며 바구니 높이를 올려갔다. 칭찬해 가며 도와주며 또 내 라탄 등에도 정성을 기울이며 사뭇 바쁘게 재미를 찾아갔다. 


한참 신나 하는 것 같더니 1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지루해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집중력이 떨어진 걸 안 선생님은 아이에게 사탕을 주며 내게 살짝 놀러 가게 해도 된다 말씀하셨다. 

상상캠퍼스 '바람을 엮다' 라탄 공예 수업에서 등 만들기 중
아이랑 함께 하는 거도 좋지만 혼자 하시니 더 좋죠?

아이가 아빠의 손을 잡고 떠나는 걸 보자마자 내 등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아이랑 함께 하는 거도 좋지만 혼자 하시니 더 좋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고마워요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작년 발리 여행 때 그래다. 아이가 아빠랑 수영할 때 홀로 요가반에 요가하러 갔는데, 숙소와 요가 장소가 멀어서 좋았다. 혼자서 더 오래 걸을 수 있으니. 오는 길 스케치북 구해오라는 아이의 미션에, 여행지 기념품점 사이 소박한 문구점을 겨우 찾아 들어서면 육아하다 나온 주인이 아이가 좋아할 거라며 더 소박한 스케치북을 권해주었다. 숙소 요가 수업을 찾았을 땐  '아이 셋을 전쟁처럼 저녁 먹이고 여기 왔다'는 태국 여인과  운동하러 '홀로' 나온 기쁨을 맘껏 누었다. 만국공통의 육아의 고단함을 말없이도 무조건 공감하며 긴장된 근육을 함께 풀었었다. 그렇게 라탄 등을 완성해 가며  '함께 가되 혼자인 여행'을 또다시 꿈꿨다. 


올 겨울 여행 준비로 지도를 검색하고, 항공권을 알아보고, 유튜브를 보며 추천호텔을 찾고 있다.  혼자 여행했던 치앙마이를 이번엔 가족과 함께 가고 싶었다. 올드타운 안에는 야시장도 사원도 맛집도 모두 가까워 아이도 어른도 함께하기 좋을 거라며 가족에게 추천해 두고는 막상 알아볼 땐 "여자 혼자 가기 좋은 숙소" "홀로 떠나기 좋은 치앙마이 장소"였다. 내 속마음을 알아채고 내가 놀랐다. 가족이랑 함께 가고 싶다면서. 


겨울에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아이가 아빠랑 함께일 때 최대한 나만의 시간을 누려야지 싶긴 한데... 상상캠퍼스를 둘러보니 이만한 곳이 없다 싶다. 안락한 집이랑 멀지 않아 숙소가 해결되었고, 입맛에 맞는 커피숍과 샌드위치, 햄버거 가게도 있고 배달도 얼마든지 가능해 먹거리를 해결하기도 쉽고, 다양한 전시공간, 도서관, 놀이방, 드넓은 잔디밭을 이미 아이가 익숙해 손도 덜 간다. 각종 공예 수업과 자연 탐방까지 있어 시간 보내기도 좋다. 상상캠퍼스만 한 여행지를  치앙마이에서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올 겨울 치앙마이에서 미술관 도서관 요가원을 다니고 이지 않을까. 생각만으로 이미 즐겁고도 벌써 피곤하다.  

상상캠퍼스에서 뛰어노는 아이 


 


이전 05화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인 <나의 조현병 삼촌> 읽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