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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Dec 07. 2023

대만고궁박물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오후 귀국 비행을 앞둔 출장 마지막 날


아빠가 소원하던 대만고궁박물관을 다녀왔다. 원래 마지막 날 손녀와 대만을 올까 했었다. 오래 엄마랑 떨어져 있기도 했고 할아버지와 비행 두 시간 반 정도는 잘 지낼 거 기에 아이도 기대했었다. 공항에 가족이 만나 출장 끝, 여행 시작! 을 기대했다.


예류 지질공원, 고궁박물관을 손꼽고 있었는데

아쉽게 일정 때문에 공항 상봉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혼자라도 다녀와야지 했다. 가는 길 같이 설레기 위해 지도를 전송했다. 장제스 관저 근처를 지나 박물관에 거의 도착한다고 한다. 지도 밖은 관저는 안 보이고 대학교정이 있고 학생들이 체육 수업 중이었다. 생생한 현장보단 상상 여행이 더 좋을 수 있겠다.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서.

한국 여행사 차들이 여러 대 있는 주차장을 지나 입구를 지나 미리 예약해 둔 티켓과 음성가이드를 받았다. 그 사이 들뜬 한국 관광객이 3층으로 올라갔다. 아마도 그곳에 옥으로 만든 배추 조각이 있을 것이었다.

음성 해설로는 옥의 색과 형태를 해치지 않게 배추를 디자인한 거라고. 창의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조각이라 했다. 함께 유명한 동파육 조각은 이번에 전시되어있진 않았다.

500년 된 산호, 해설엔 나오지 않지만 섬세한 숲과 그 사이 사람들, 가구, 층이 돌아가는 건물, 기억나진 않지만 섬세함을 느꼈다.


다만 전시장이 조금 조용했으면...


가이드가 몇 개의 대표적인 작품을 설명하면 작품을 에워싸고 열심히 보고 감상을 나눈다. 때론 일행을 놓쳐 전화로 찾기도 하고, 어제 못 나눈 이야기도 하고, 가족 상태를 살피거나 설명해 주느라 전시장은 다서 어수선해진다. 그럴 땐 정숙이라는 부채를 든 직원이 조용히 오가는데 큰 소용이 없다. 우리 부모님과 아이가 왔다면 다를 바 없었을 광경. 우린 들떴을 테도 챙길게 많았을 거고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것 같다.


혼자였지만 가족을 떠올렸던 대만고궁박물관에 이어 오늘은 국립중앙박물관을 오롯이 혼자인 기분으로 다녀왔다. 관광객보단 체험학습온 학생들이 종종 있던 평일 박물관 여행.

국립중앙박물관 일본관에서 본 여인 입상은 대만고궁박물관에서 한참 본 여인상과 비슷해 보였다.

대만 여행 사진을 찾아보니 다르긴 하다. 머리 모양 옷차림 버선코 이 모든 것이 부유함과 여유를 상징했다. 다시 해설 들어보고 싶다.

중국관, 그리스로마 관을 여행한 기분으로 둘러보다 잠시 멍하니 있었던 곳은 사유의 방. 반가사유상이 있는 사유의 방 마저 사유를 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 나도 잠시 앉아 저리 앉아있고 싶었다. 명상도 아닌 멍 때리는 것도 아닌, 정자세도 아닌 그렇다고 편한 자세도 아닌.


다 보겠다는 욕심내지 않고 나왔다. 가까워 또 오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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