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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Feb 01. 2024

이런 워크숍

장애인, 아동, 비건이 있는 워크숍이란

1월 29일(월)-30일(화) 춘천강원숲자연휴양림으로 반올림 겨울 워크숍 다녀왔다. 기자회견, 토론회, 모임 등이 열릴 때나 서울에서  만나게 되는 황상기(삼성 반도체 백혈병 직업병 피해자 황유미 님 아버지), 김시녀(한혜경 님 어머니), 한혜경(삼성 LCD 뇌종양 직업병 피해자) 님과 반올림 상임활동가들이 일박하며 시간을 보냈다. 상임활동가인 나는 만 6세 아이와 동행했다.

아이가 찍어준 사진, 조금 흔들렸지만 다들 표정이 좋다.

혜경 씨는 뇌종양 수술 이후 1급 장애인으로 휠체어를 탄다. 함께 여행을 하면 숙소는 무장애 산책길이 있는 자연휴양림으로 구하려 한다. 환갑이 지난 어머님이 자신의 키보다 큰 혜경 씨를 늘 부축하거나 휠체어를 끌어야 하기에 여행에서만큼은 상임활동가가 돕는다. 다행인지 아이가 어려 딛기 힘든 계단은 혜경 씨도 그랬고, 아이가 필요한 포크, 안 매운 음식도 혜경 씨랑 같았다. 이젠 달릴 줄 안다고, 젓자락질 해본다고 나서긴 하지만.

미리 도착하여 무장애길로 산책 중

혜경 씨 어머니와 황상기 아버님이 구울 밤을 준비할 때 혜경 씨는 아이와 메모리 카드를 했다. (나는 반올림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보고하며, 두 분의 역할을 의논했다. 워크숍 맞다^^) 이강산 상임활동가, 혜경 씨, 아이는 겨울왕국 카드 여러 개 중 두 개를 젖혀 맞히는 게임 중이다. 겨울왕국 캐릭터에 익숙하거니와 여러 번 해본 아이가 물론 앞서 신나 했다. 식탁 위엔 아이가 가져온 장난감으로 가득했다. 무알콜 맥주 하나 빼고!

윷놀이도 했다. 술을 마시거나, 수다로 긴 밤을 보낼 리 없는 반올림 식구(혜경 씨 어머님 표현이 그렇다) 균형을 맞추기 힘든 혜경 씨가 윷을 담요 밖으로 안 나게 조심히 던져야 하는 것처럼, 아이도 조심스레 던져야 한다. 담요 밖으로 2-3번 나갔다간, 이젠 안 봐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모도 잘 던지는 이들이니,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이내 어스름이 내릴 산이기에 서둘러 저녁을 준비했다. 종란 활동가는 3년 전부터 고기를 더 이상 먹지 않기에 석화, 고등어를 준비했다. 바비큐에 굽는 건 삼겹살 말고도 맛있는 게 많다. 낮에 황상기 아버님이 속초에서 사 온 닭강정과 떡을 먹었더니 저녁은 밤부터 굽게 되었다. 무알콜을 준비해 온 상수 씨와 맥주 캔 하나, 막걸리 한 병으로 여럿이 나눠먹었다. 속초에 가자미 회를 먹을 때도 소주 한 잔 안 마시는 우리를 보고, 따라온 남편은 놀라워한적 있다. 김시녀 어머님이 준비해 온 곤드레밥에 달래장 얹어 먹고 나니... 추위가 몰려왔다.

실내에서 이어진 건 윷놀이, 인형놀이, 단어 맞추기 게임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거리였다. 저녁 10시 30분에 잠자기 전까지 아이가 있는 방에선 무민 동화책을 실감 나게 읽었다. 아이는 무척 즐거워했고, 다음날 아침 9시까지 푹 잤다.


아침 7시 일어나나 이들은 누룽지에 남은 곤드레밥을 든든히 먹었다. "우리 노무사님, 천안으로 상담 가는데 역까지 태워줘야지요"라며 황상기 아버님이 택시를 데웠다. 자연휴양림까지 택시 불러 가면 비싸기도 하고 손수 태워주고 싶으신 마음 담아서... 유미 씨가 삼성에 일하러 갈 때도, 투병할 때도, 세상을 떠나고서 삼성과 싸울 때도 놓지 않은 택시 운전대를 여전히 잡고 계신다. 혜경 씨 어머니는 남은 음식들 살뜰히 나누셨다. 유미 씨 어머니 드리라고 케이크 두 조각까지 담아 아버님 택시에 실어드린다.  

남은 이들은 천천히 준비하고 춘천 스카이워크에 놀러 갔다. 조심조심 강이 훤히 보이는 다리를  건너며 겁나기도 재밌기도 했다. 춘천은 혜경 씨가 사는 곳으로 멀리 이동하면 어려울 거라 서울에서 속초에서 이곳에 모였다. 모처럼 휠체어에서 자유로워진 어머니는 뒷짐 진 채, 멀찍이 시선을 둔다. 점심은 "내가 쏠게요!" 기분 좋게 말씀하시며 언제든 놀러 오라고 하신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유아차에 태우고  어머님께 전화드린 적 있었다.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로 해결하라며 삼성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한 지 3년이 다 되어 간 때라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 무렵. 전날 이런 꿈을 꿨었다.  춘천 어딘가에 떡 벌어진 한옥집에 살게된 어머님이 우리 모두 초대해 따뜻한 밥을 해먹이며 뿌듯해하시던 꿈이었다. "어머님, 잘 되려나 봐요! 제가 이런 꿈을 꿨네요" "그럼 얼마나 좋아요~" 했었다. 아침에 자연휴양림에서 곤드레밥 데우고 누룽지 끓이던 어머니와 황상기 아버님이 대화하시는 거다 '이런 집에서 살면 참 좋겠네!' '집 가까우니 이제 자주 놀러 오면 되지~'

농성도 끝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렇게 함께 놀러 와서 참 좋은 날이었다.


 이런 워크숍 계절마다 하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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