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영은 Jan 24. 2024

설렘으로 준비하는 초등학교 1학년이길

초등 돌봄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초등 돌봄 교실에 떨어지고 눈길을 살살 걸어오던 날, 난감함과 답답함에 글을 썼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구요. 뭐라도 하며 보낸 지 딱 이 주 되었습니다.

돌봄 교실에 떨어지고, 일하는 곳에 우선 ‘일하려면 아이의 돌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오늘 다른 기자회견 자리를 빼고 이곳에 왔으니 오래 더 일을 미루긴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상의도 했습니다만, 먼 곳에 살거나 연로하신 분들의 걱정만 끼치는 일이었습니다. 50년 가까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다 퇴직했던 아버지는 “제일 셀레어 할 초등학교1학년 이어야 하는데” 안타까워하시며 “아이는 학교 안에서 머물 때 가장 안전하고 행복하다”라고 의견 달아주었습니다.  


세 군데의 지역 돌봄 센터를 문의했지만 한 군데는 폐업을, 8차선 도로를 건너, 15분은 가야 하는 곳은 대기 17번, 25분은 족히 가야 하는 곳은 멀어 올 수 있겠냐며 안 왔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다른 시 지역 돌봄 센터 이용이 가능하다면 이사를 해야 하나도 고려했습니다.


학교에 문의를 넣기도 했습니다. “입학 통지서를 보낼 때 학생 수가 늘어날 것임을 알았을 텐데 돌봄 교실을 왜 늘리지 않았는지, 돌봄 교실에 떨어진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부담스럽지만 입학도 전에 전 교감선생님과 통화하였습니다. 현재 교실을 늘릴 공간과 재정은 없지만  1학년의 경우 에듀케어와 틈새 돌봄이 운영될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유치원처럼 돌봄 선생님의 계속적인 케어와 매일 바뀌는 프로그램, 일정시간엔 간식도 먹으며, 제가 퇴근할 때까지는 아닐 것입니다.


아이는 유치원 졸업 한 지금도 유치원에서 돌봄을 받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유치원을 계속 다니게 하고 싶습니다.  


입학도 하기 전에 알아버렸습니다. 1명의 전일 돌봄 전담사는 행정업무에 20명의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바쁘고, 교사들은 늘봄학교를 꺼려한다는 것을요. 들어가기도 힘든 돌봄 교실이지만 돌봄 교실의 질과 양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 데다. 급식도 프로그램도, 다르다는 것을요.


제가 본 돌봄 교실은 책상이 대부분인 공간에 1, 2학년이 섞여 같은 지내는 곳이라는 것을요. 아이에겐 지루한 공간, 양육자에겐 미안한 공간이 될 여지가 충분해 보였습니다. 공교육에서 이렇게 나몰라라 한 사이 사교육인 태권도와 피아노학원에서 수업과 돌봄을 살뜰히 챙겨주었겠지요.  


교육청에 민원도 넣었습니다. 돌아온 답변엔 “죄송하다”가 두 번 적혀있었습니다. 그간의 돌봄 교실의 상황을 잘 살피고, 양육자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들었어야 했습니다. 돌봄 교실의 수요에 따라 공급이 될 수 있게 한다거나 저출산으로 가는 예산의 불용항목을 돌봄 교실로 지원하고, 돌봄의 질과 양을 늘려나가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돌봄 교실에 대한 신뢰와 늘봄학교에 대한 기대가 높았을 것입니다.


그저껜 양당의 저출산공약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출산과 육아 그리고 현재의 돌봄 공백의 위기까지 경험해 보니 둘째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의 책 최지은 작가님이 젠더 불평등과 장시간 노동에 더해 양육의 어려움이 가중된 사회적인 이유를 말할 땐 되레 위로받았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여야 대책만으로 불충분한 저출생 문제, 진짜 문제는? -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기혼 여성'이 바라본 여야 저출생 대책 실효성?

MBC 240122 방송 다시 보기

https://youtu.be/mfRxzXn9 PuQ? si=PjV5 k1 pxG4 my3 dA1


이 추운 겨울, 각자의 방식으로 돌봄 공백을 메우러 고군분투하는 양육자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시작될 봄에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 모두에게 안전하고 아늑한 초등학교 돌봄 교실이 생기길 바랍니다. 설렘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 발언 &늘봄학교 요구안

https://www.politicalmamas.kr/post/3684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말 '1학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