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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Mar 13. 2024

학부모 총회에 돌봄 교실이

또 돌봄이냐고요.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교과과정만을 하는 학교로 보기에 보육, 돌봄을 학교의 업무로 보지 않는다는 것 압니다. 늘봄학교가 학교 안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요. 저야 아직은 2:20까지이고 곧 3:20까지 점점 늘어날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기대하고 있지만요.


이번에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학교에서 여는 학부모 총회를 참여하기 위해 아이들 돌봄 문제가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학교에선 따로 안내가 없습니다. 돌봄은 학교의 업무가 아니니까요?


총회는 전년도 학부모회 활동 결과도 듣고, 예산 집행 사항도 보고 받고, 학부모회 규정 제. 개정 사항도 살피고, 임원선출과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입니다. 학급 교과과정 설명도 있고 담임과의 만나도 있네요. 담임선생님과의 만남과 각 교실에서 학무보 임원 회의도 예정하고 있어 수업 이후로 시간을 잡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하교 후 학원이나 다른 돌봄이 없는 경우의 아이는 어떻게 할 것이냐입니다. 아직 등하교도 혼자 하기 힘든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2:20에 교문에 엄마가 없다. (엄마를 전제로 한 건 당연해서가 아니라 주로 아직까지 엄마가 많이들 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표현입니다) 그럼 스스로 친구들과 손잡고 집에 가서 간식 챙겨 먹고 놀이터 나간 놀고 할까요. 그럴 리가요. 함께할 언니오빠나 맡길 다른 양육자가 없을 경우


총회는 가기 힘듭니다. 입고 갈 옷이 없어서가 아니라 돌봄 공백이 발생하니까요. 유치원 운영위 때 이미 경험했습니다. 맞벌이의 경우 오후 6시 30분까지 유치원에서 머물었기에 일만 빼면 참여 가능했는데, 아닌 경우는 아이를 오후 1시 30분에는 하원하기에 운영위 참여가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낼 장애 아동을 둔 양육자는 더욱 참여하지 못했고요. 유치원 방학, 졸업 이후 돌봄 공백이 온 경우에는 교사의 참여로 겨우 정족수를 맞추었습니다. 내년도 예산 계획을 짜고, 운영을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운영위원장과 부위원장 둘이서 하니 제대로 된 회의가 안 되었죠. 그마저 운영위원장은 초등학생 큰 아이 하교시간이라고 중간에 나가고, 부위원장인 제가 마지막에 한 명 남았습니다. (전 미리 요청드려 돌봄을 부탁드렸습니다. 전체 공지를 안 하시더라고요.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이었으니...)


이번 초등학교 총회도 돌봄 공백이 예상됩니다만,
한두 해가 아니었을 일인데,
가정통신문에 따로 돌봄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없고,
도서관 안내조차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면, 총회는 누가 가야 하나요.


회의 중에 아이들이 함께하는 경험, 전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자주 했습니다. 총회에는 아이들 연령과 수요를 조사해 맞춤형으로 돌봄 선생님을 모셔서 다른 방에서 케어받게 하고요. 아장거리는 아이들부터 자유롭고 싶은 아이들은 회의실 뒤편 돗자리 놀이터에서부터 책상 사이를 오갑니다. 총회 중에서 돌봄의 손길, 눈길을 서로 나누어주고요.


이런 총회의 모습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저도 참 새로운 경험입니다. 회의 시간이 아이 돌봄을 고려해서 잡진 않고요. 일과 중에는 바쁘니 저녁에도 많이 잡힙니다. 돌봄이 따로 제공되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해외 콘퍼런스에 아이 케어가 있다는 안내를 보고 놀란적이 있습니다만, 케어를 받기 위해 비행기를 끊을 순 없고, 언어 문제도 있어 이용하진 못했으나 그건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도 한 번 시도해 봤었는데요. 200명 가까이 오는 큰 행사에 식사 자리에는 아기 의자를 준비하고, 뒤편에 돗자리와 장난감을 준비하고, 포스터에 간단히 안내한 것만으로도 아이를 둔 공연자도, 사회를 보는 저도, 오가는 이들도 당연하게 안심하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길었습니다.


돌봄이 제공되는 학부모 총회 어떤까요.
돌봄이 제공되는 회사 워크숍 등
아이랑 함께하는 어른들의 모임,
자꾸 상상하고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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