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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은 Mar 13. 2024

금천구 텃밭신청서

반올림*정치하는엄마들

반올림은 2007년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세상에 알리며 시작한 단체로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반올림은 반도체 전자산업의 발전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침해문제, 지역주민의 생존과 환경,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국내외로 알려온 단체입니다. 구로구에서 작년 금천구로 사무실을 옮겼고, 구로공단이 있던 자리이자 현재에도 아파트형 공장이 자리잡은 금천구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활동가 피해자 모두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지향하지만 마주하는 현실은 아픔과 고통의 현장입니다.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치유와 쉼이 필요하지만 도시에서 가치를 실현하기 힘들기에 안양천을 산책하거나, 텃밭을 가꾸고 나누는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산재 피해자들이 투병 중으로 자주 오지는 못하더라도, 치유의 기회가 되고, 수확물은 나눔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누군가를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 개인들에게도 텃밭을 가꾸며 휴식과 치유의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금천구에는 여러 노동안전보건 단체가 있습니다. 사회 정의를 위해 힘을 모으는 자리만이 아니라 같이 치유하고, 건강을 나누는 자리로도 이용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금천구에 거주하는 정치하는엄마들과도 함께하고자 합니다. 흙을 만지며, 자라는 새싹을 보며, 직접 기른 싱스러운 채소를 먹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합니다. 안팎으로의 싸움은 치열해도 스스로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기 위해 텃밭을 신청합니다. 


작년 늘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활동해온 금천구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이 함께 밭을 가꾼 경험은 소중했습니다. 늘 기자회견에서 집회에서 **사안에서 만나던 이들이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수확물을 나누고, 같이 비빔밥을 해 먹고, 깍두기 담궈 풍성히 나눠먹었습니다. 토론하고, 의제를 정하는 게 아니라 무슨 씨를 뿌릴지, 수확한 채소로 뭘 해먹었는지 사진과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작년 봄 밭에는 토마토, 가지, 오이, 상추, 공심채, 루꼴라, 아삭이 고추, 가을밭에는 무, 배추, 아욱, 가을상추를 심었습니다.       


가지는 정말 잘 자라는 밭이더라구요. 여름내 키울 순 없지만, 가지 꼭 심으려 합니다. 토마토는 흐드러져서 욕심내지 않고 몇 개만 심으려 합니다. 공심채, 고수, 루꼴라는 인기 채소였습니다. 이웃 텃밭에서 탐낼 정도로요. 올해는 더 심어야 겠습니다.      


가을 밭에 무, 배추 정말 쑥쑥 자라더라구요. 11월에 꼭 수확하겠습니다. 아욱은 생각보다 잘 안자라 이번에는 심지 않으려 합니다. 가을 상추로 오래도록 푸성귀 먹고 싶습니다.      


3월 말에 시작해 11월 이면 끝나는 텃밭이라 마음은 급하지만, 출퇴근 길 오가며 가꾸고자 합니다. 반올림 상임활동가와 회원 10명이 일주일에 두 세 번 정기적으로 가꾸어 나가려합니다.  봄, 가을에 한 번 텃밭 나들이를 하고자합니다. 금방 뜯어온 채소를 넣고 비빔밥을 해 먹는 맛도 좋았습니다.  채소는 노동안전보건단체 활동가와 나누고 피해자와도 나누려 합니다.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하며 아이들과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자리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뉴스레터에 텃밭 소식을 전하기도 계속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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